제일모직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소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지난달 LCD 기판유리 소재인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자회사 에이스디지텍을 합병한 데 이어 전자소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편광필름,OLED 소재 사업 진출로 제일모직의 '간판 사업'은 2~3년 내 바뀔 전망이다. 2000년 이전까지 빈폴,후부,갤럭시 등 패션 부문을 주력으로 삼았던 이 회사는 2000년 이후 케미컬(화학 소재) 부문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내년이면 전자소재 분야가 주력 사업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LCD 소재 이어 OLED 소재까지

제일모직은 24일 "OLED 패널 제조에 쓰이는 유기물질인 ETL(전자수송층),HTL(정공수송층)과 PDL절연막을 생산하는 생산라인을 올해 안에 지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투자비는 199억원이며,108억원은 ETL · HTL 생산라인에,91억원은 PDL절연막 생산라인을 짓는 데 투입한다.

OLED 소재 사업 진출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을 생산하는 것에 맞춰 수직 계열화 체제를 구축하려는 포석이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LG화학,덕산하이메탈에서 이들 소재를 공급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OLED는 삼성그룹이 작년에 발표한 5대 신수종사업의 하나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라며 "연내 세 가지 소재를 양산하기 시작,OLED 패널을 생산하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 전량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일모직은 ETL,HTL,PDL절연막 등 세 제품 양산으로 올해 4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2013년 1300억원,2015년 4000억원 이상으로 매출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이 회사의 전자소재 부문 '덩치'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제일모직은 1995년 반도체 봉지재(전자회로를 외부 충격,진동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소재)인 EMC를 양산한 것을 시작으로 전자소재 사업을 강화해 왔다. 지난달 13일에는 LCD 기판유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소재인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자회사 에이스디지텍을 흡수 합병했다. 에이스디지텍 인수로 제일모직은 단숨에 삼성전자 노트북 · 모니터용 편광필름의 제1 공급처로 떠올랐다. 회사 관계자는 "3개인 편광필름 생산라인을 8월 이후 한 개 더 증설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전자소재 분야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패션회사는 옛말…이제는 소재 기업

전자소재 사업을 강화하면서 제일모직의 '변신'은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도 제일모직 하면 빈폴,후부,갤럭시,구호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패션회사를 떠올리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미 우리는 소재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케미컬,패션,전자소재 등 세 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을 보면 이런 변화는 뚜렷하다. 이 회사는 1980년대 중반 국내 패션 · 직물산업이 공급 과잉 조짐을 보이자 화학소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1989년 여천공장을 지은 것을 시작으로 컴퓨터,TV,냉장고 등에 쓰이는 합성수지를 양산했다. 그 결과 1999년 케미컬 부문 매출이 패션 부문을 추월했다.

작년에는 전자소재 매출이 처음으로 패션 부문을 넘어섰다. 작년 부문별 매출 비중은 케미컬 44.4%(2조2305억원),전자소재 28.1%(1조4098억원),패션 27.5%(1조3783억원)였다. 올해는 이 격차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전체 매출 가운데 케미컬 비중은 39.6%,전자소재 비중은 34.5%에 달하는 데 비해 패션 부문 매출 비중은 25.9%로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조재희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