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땅을 사고 팔 수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대거 해제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만 네 번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주택시장 침체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부동산 시장에 호재가 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개발 가능성 낮은 곳 해제

오는 31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는 땅은 2154㎢다. 수도권이 1325㎢로 전체의 61%에 달한다. 도시 주변 녹지지역과 비도시 지역,용도 미지정 지역이 814㎢,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511㎢다. 파주 남양주 과천 등은 70% 이상 풀렸다. 지방에서는 그린벨트를 중심으로 830㎢가 풀린다. 이번 해제지역은 오는 30일로 허가구역 지정기간이 끝나는 곳이다.

이로써 토지거래허가구역은 2342㎢만 남게 됐다. 지정면적이 가장 많았던 2007년 1월의 2만60㎢에 비해 5년 새 88.4% 줄어든 셈이다. 국토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시 · 도 지정분 1001㎢ 포함)도 5.5%에서 3.4%로 줄어든다. 충북(20.6㎢)과 전남(39.5㎢)은 모든 허가구역이 해제됐다. 광주도 전체 242.5㎢ 중 217.4㎢가 풀려 해제면적 비율이 89.6%에 이른다.

◆땅값 · 거래량 안정세 지속

국토해양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거 해제키로 한 것은 토지시장이 안정돼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가 상승률은 2009년 0.96%,지난해 1.05% 오르는 데 그쳤고 올 들어서도 월평균 0.1% 안팎에 머물렀다. 지난해 토지거래량은 전년 대비 7.9% 줄었다. 8~12년 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이어지면서 주민불편이 커졌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도 그린벨트나 수도권 녹지지역 · 비도시지역 등은 여전히 각종 개발행위 제한규제가 있어 투기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금자리주택 등 개발사업지역과 주변지역,개발예정 및 가능지역,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이 높은 지역,집단취락지역 주변,도심 확산 등 개발압력이 높은 지역 등은 해제대상에서 제외했다.

◆부동산 시장에 호재될까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시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토지시장보다 수요자가 먼저 관심을 갖는 주택시장이 워낙 침체됐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2009년 1월 말(1만238㎢),2009년 5월(163㎢),지난해 말(2408㎢) 허가구역을 잇달아 풀었지만 땅값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은 "주택시장 침체가 워낙 깊어 시중 유동자금이 토지시장에 유입되기는 힘들지만 거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종훈 국민은행 세무사는 "비사업용 부재지주 토지에 대한 양도세 60% 중과조치가 내년 말까지 유예돼 있어 일부 수요가 있을 수 있지만 거래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적 거래가 늘고 땅값이 급등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어 투기억제 차원에서 정부가 지정하는 구역.일정 규모 이상을 거래하려면 시 · 군 ·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지에 주소를 두고 있는 실수요자만 살 수 있다. 용도별로 2~5년간 허가 목적대로 사용해야 하는 의무도 생긴다.

강황식/장규호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