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에게 디자인 훈수하는 'CEO같은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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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법무연수원장, 디자인경영협회 조찬강연
"검사들 마음속에도 노랑 빨강 파랑 총천연색깔이 있습니다. 가슴속에 잠자고 있는 검사들의 감성을 깨워 '검사스럽다'는 무채색 세상에서 총천연색 세상으로 나가야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
조근호 법무연수원장(52 · 사법연수원 13기 · 사진)은 '컬러'와 '디자인' '혁신'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1983년부터 올해로 29년째 검사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디자인 경영' 방식으로 조직관리를 하는 '최고경영자(CEO)보다 더 CEO 같은 검사'로 유명하다. 한국디자인경영협회가 24일 서울 삼성동 라마다호텔로 그를 초청, 조찬강연회를 열어 '한 수' 배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00여명의 기업인들 앞에서 조 원장은 "검정과 회색 등 칙칙한 이미지의 법무연수원에 총천연색을 과감하게 덧입혀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한 결과 검사들의 마인드가 바뀌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법무연수원장으로 발령났던 지난 2월을 먼저 떠올렸다. 25년 된 낡은 건물은 차치하더라도 무뚝뚝한 직원들과 따분한 강의,마지못해 의자에 앉아 있는 검사들의 모습이 싫었다. "제가 검찰혁신추진단장까지 지냈는데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개혁의 산실인 크로톤빌 연수원까지는 못 가더라도 무언가 새로운 혁신이 필요했지요. 그래서 '정성' '인테리어' '업그레이드'를 3개 키워드로 정한 6개월 프로젝트를 만들어 진행했습니다. "
먼저 교육을 받으러 오는 검사들을 위한 입교식을 부활시켰다. 교수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환영 공연을 해주었다. 매주 월요일 점심 때는 국을 직접 퍼주는 '국퍼' 서비스를 제공했다. 원장 공관에서 검사들의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등 말 그대로 '정성'을 다해 메마른 검사들의 감성을 터치했다.
인테리어는 그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공간의 이미지가 교육을 바꾼다'는 그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연수원 강당 가운데 서 있는 기둥을 빨간색으로 칠했다. 건물부터 검정과 흰색 아니면 회색 세상에 사는 검사들에게는 파격이었다. 반응은 오히려 좋았다. 조 원장은 "연수원 옥상에는 꽃밭을 만들었고 자판기 하나만 있던 2층 휴게실은 럭셔리한 카페 분위기로 탈바꿈시켰다"며 "우리 검사들 가슴속에 무슨 색깔이 담겨 있는지 몰랐고,억눌러왔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수 과정의 '업그레이드'는 소통과 네트워크에 중점을 뒀다. 교육받으러 온 검사들이 서로 교제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을 10분에서 20분으로 늘렸다. 매주 수요일 오후는 축구 배구 사격 국궁 등 예체능 시간으로 대체했다. 이런 그의 노력에 검사들이 반응했다. 법무연수원 교육을 마친 초임 검사들이 수료식날 "공연을 보여드리겠다"며 통기타를 연주하고 자체 제작한 뮤지컬을 선보였다. 통상 20여분이면 끝나던 밋밋한 수료식이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는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 시절 '역피라미드 검찰 조직도표'를 만든 인물로 유명하다. 통상 맨 윗자리를 차지하던 검사장 자리를 맨 밑에 놓고 그 위에 차장 검사 등을 포진시킨 뒤 국민을 최상단에 올려놓은 배치표를 벽에 붙였다. '검찰 혁신 전도사'인 그의 참신한 디자인 경영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검찰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조근호 법무연수원장(52 · 사법연수원 13기 · 사진)은 '컬러'와 '디자인' '혁신'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1983년부터 올해로 29년째 검사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디자인 경영' 방식으로 조직관리를 하는 '최고경영자(CEO)보다 더 CEO 같은 검사'로 유명하다. 한국디자인경영협회가 24일 서울 삼성동 라마다호텔로 그를 초청, 조찬강연회를 열어 '한 수' 배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00여명의 기업인들 앞에서 조 원장은 "검정과 회색 등 칙칙한 이미지의 법무연수원에 총천연색을 과감하게 덧입혀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한 결과 검사들의 마인드가 바뀌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법무연수원장으로 발령났던 지난 2월을 먼저 떠올렸다. 25년 된 낡은 건물은 차치하더라도 무뚝뚝한 직원들과 따분한 강의,마지못해 의자에 앉아 있는 검사들의 모습이 싫었다. "제가 검찰혁신추진단장까지 지냈는데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개혁의 산실인 크로톤빌 연수원까지는 못 가더라도 무언가 새로운 혁신이 필요했지요. 그래서 '정성' '인테리어' '업그레이드'를 3개 키워드로 정한 6개월 프로젝트를 만들어 진행했습니다. "
먼저 교육을 받으러 오는 검사들을 위한 입교식을 부활시켰다. 교수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환영 공연을 해주었다. 매주 월요일 점심 때는 국을 직접 퍼주는 '국퍼' 서비스를 제공했다. 원장 공관에서 검사들의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등 말 그대로 '정성'을 다해 메마른 검사들의 감성을 터치했다.
인테리어는 그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공간의 이미지가 교육을 바꾼다'는 그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연수원 강당 가운데 서 있는 기둥을 빨간색으로 칠했다. 건물부터 검정과 흰색 아니면 회색 세상에 사는 검사들에게는 파격이었다. 반응은 오히려 좋았다. 조 원장은 "연수원 옥상에는 꽃밭을 만들었고 자판기 하나만 있던 2층 휴게실은 럭셔리한 카페 분위기로 탈바꿈시켰다"며 "우리 검사들 가슴속에 무슨 색깔이 담겨 있는지 몰랐고,억눌러왔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수 과정의 '업그레이드'는 소통과 네트워크에 중점을 뒀다. 교육받으러 온 검사들이 서로 교제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을 10분에서 20분으로 늘렸다. 매주 수요일 오후는 축구 배구 사격 국궁 등 예체능 시간으로 대체했다. 이런 그의 노력에 검사들이 반응했다. 법무연수원 교육을 마친 초임 검사들이 수료식날 "공연을 보여드리겠다"며 통기타를 연주하고 자체 제작한 뮤지컬을 선보였다. 통상 20여분이면 끝나던 밋밋한 수료식이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는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 시절 '역피라미드 검찰 조직도표'를 만든 인물로 유명하다. 통상 맨 윗자리를 차지하던 검사장 자리를 맨 밑에 놓고 그 위에 차장 검사 등을 포진시킨 뒤 국민을 최상단에 올려놓은 배치표를 벽에 붙였다. '검찰 혁신 전도사'인 그의 참신한 디자인 경영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검찰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