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용이 일상화되고 검색엔진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온라인상에서 특정 인물의 각종 정보를 찾는 것은 특별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사회적 관심이나 지탄을 받게 된 사람의 과거 모든 행적을 찾아 퍼뜨리는,이른바 '신상털기'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예인 같은 유명인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언제든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본인이 원할 경우 온라인상의 모든 개인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인도 '신상털기' 대상
최근 탤런트 이지아 씨는 가수 서태지 씨에게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동안 사생활이 베일에 싸여 있던 이씨였지만 소송 사실이 전해지면서 불과 며칠 만에 출신 지역과 과거 행적,학창시절 사진 등이 인터넷에 올랐다. 아이돌그룹 '2PM'의 리더였던 박재범 씨는 데뷔 전 마이스페이스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글이 발단이 돼 그룹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이것 역시 네티즌들이 인터넷상에서 그의 과거 행적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야기된 해프닝이다.
연예인처럼 사회적으로 알려진 사람들만 당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인들도 신상털기의 희생양이 돼 고통을 받는다. '루저녀' '군삼녀'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발언을 했던 사람들이 주로 신상털기의 대상이 됐다.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화제를 모은 일반인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 올해 초 MBC의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한 여성은 며칠 지나지 않아 각종 신상이 공개됐고 결국 미니홈피를 폐쇄해야 했다.
◆"자기통제권 강화해야"
'신상털기'로 인한 인권이나 프라이버시 침해뿐만 아니라 최근 농협 현대캐피탈 소니 등에서 대규모 보안사고가 잇따라 터진 것도 "잊혀질 권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개인의 정보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것은 해당 개인이 아닌 각종 기업이나 기관 등 웹사이트 운영주체다. 개인이 아무리 비밀번호를 수시로 바꾸더라도 막상 정보를 보유한 업체가 해킹을 당하면 소용이 없다. 잊혀질 권리는 비밀번호 교체 등 소극적 개인정보 관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다룰 권리를 갖겠다는 의지의 표출인 셈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게시물 보관과 삭제 등에 대한 체계적 방안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송씨의 비극을 계기로 잊혀질 권리에 대한 체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초 SNS 이용자가 본인의 게시물이나 콘텐츠에 대해 원할 경우 파기 또는 삭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NS 이용자가 게시물이나 콘텐츠 게시기간,외부 공개 차단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탈퇴하면 본인이 올린 글이나 사진을 곧바로 지우도록 하는 방안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통제권을 강화하도록 하는 차원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 잊혀질 권리
right to be forgotten.개인이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가 있는 자신과 관련된 각종 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