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산업을 주도해온 울산에서 강소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대기업 납품에 의존해 오던 과거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세계적인 명품 소재를 잇따라 개발하며 글로벌 리더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높아진 기술수준과 기업도시 울산의 친기업 정책 등이 결합되면서 울산이 강소기업의 요람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이 산업을 주도해온 울산에서 강소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대기업 납품에 의존해 오던 과거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세계적인 명품 소재를 잇따라 개발하며 글로벌 리더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높아진 기술수준과 기업도시 울산의 친기업 정책 등이 결합되면서 울산이 강소기업의 요람으로 떠오르고 있다.

첨단 도료 소재로 쓰이는 플레이크(flake)형 아연분말(일명 편상아연)을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티엔씨가 이 부문의 대표적인 회사다. 편상아연은 일반적인 녹 · 부식 방지용 도료 원료로 사용되는 원형의 아연분말(zinc dust) 입자를 더 잘게 쪼개고 편편하게 만든 것이다. 도색 표면의 미세한 간극까지 도포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연분말 소재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가격 때문에 국내에서는 첨단 도금제품이나 자동차의 방청 · 방식 도료용으로만 한정돼 사용되고 있다. 이희동 티엔씨 대표는 "독일산 편상아연 소재보다 싼 가격에 공급해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 편상아연 시장을 평정하겠다"고 말했다.

에폭시 수지를 생산하는 제일화성(대표 임종일)은 국내 최초로 전기 절연용 에폭시 수지를 국산화했다. 국내는 물론 중국과 유럽 등의 전력 개폐기 절연재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진양곤 현대라이프보트 회장은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세계 1위 조선국가라는 기반 덕택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구명정 제조기업으로 도약했다. 극지방(ICE CLASS)용 구명정과 32인승,42인승 구명정 등을 국내 조선업체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00여대의 선박구명정을 납품,3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700여대를 팔아 500억원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산업용 가스켓 전문 생산기업인 국일인토트(대표 이종철)는 공기중 떠다니는 각종 세균까지 제거하는 저온스팀 제균기(제품명 플루건)를 개발해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저케이블 보호관을 만드는 직원 7명의 동원엔텍(대표 신승호)은 1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대형 사업을 놓고 40개국에 2만여명의 직원을 둔 매출 4조원대의 트렐리보그와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젠켐(대표 신용우)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친환경 도색용 접착제 수지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해 향후 5년 내에 1000억원대의 중견 화학기업으로 변신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조선기자재 전문업체인 청구테크(사장 하상순)는 분업과 협업체제를 통해 작지만 강한 파워를 내고 있다. 청구테크의 전체 직원은 하 사장을 포함해 4명에 불과하고 매출액도 30억원 정도지만 선박건조 현장에서 사용되는 초강력 진공청소기를 만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1989년 창업한 하상순 사장은 "소기업의 경쟁력은 규모보다 이윤을 남겨 직원들과 공유하고 지속 투자를 통해 얼마나 장기 레이스를 벌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고 기능성 특수 밸브를 제작하는 경덕산업 김광희 부사장은 요즘 세계 정유사와 석유화학 기업들로부터 밸브 수요가 넘쳐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밸브는 특수 초경합금으로 제작한 볼로 유체의 흐름을 제어하는 '메탈 시티드 볼밸브'(Metal seated ball valve).경도(HRC)가 다이아몬드에 버금가는 80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울산의 자동화 설비 전문기업인 동주웰딩(대표 손동주)은 자동용접 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자주식 자동용접 로봇'은 레일 없이 용접부위를 스스로 찾아다니는 특성 때문에 대형 건설 플랜트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 로봇은 로봇 표면에 부착된 영구자석의 힘으로 용접면에 달라붙어 4륜 바퀴가 360도 방향 전환하며 자유롭게 용접한다. 고장을 자가 진단하는 인공 지능도 갖췄다.

<울산 출신 주요 기업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임종철 보다테크 대표 △김석만 신한종합건설 대표 △성진지오텍 전정도 회장
△일진기계 전영도 회장 △유벡 김성열 대표 △대진설비 김춘생 대표 △윤종국 세진중공업 회장 △김철 성전사 대표 △이준호 덕산하이메탈 대표 △김미진 대인화학 대표 △노성왕 진명21 대표 △류성렬 유성 회장 △이병우 한국철강 대표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