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 중이다. 1년 사이 세 번째 방중이다. 이번에도 방중 목적과 일정은 오리무중이다. 고의적 오리무중이라기보다는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경제 발전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서"라는 게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밝힌 이유다. 그러나 뭔가 급박한 속사정도 있을 것이다. 김정일은 북 · 중 경제협력 중심지인 투먼 방문을 시작으로 창춘의 자동차 공장, 양저우 태양광 시설 등을 둘러봤다. 또 상하이도 들를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는 10년 전 방문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김정일은 "천지가 개벽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허구한 날 중국을 찾아본들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도 분명하다. 김정일은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7차례나 중국을 찾았지만 전혀 달라진 게 없다. 핵폭탄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을 뿐더러 금강산 관광객 사살,천안함 폭침,연평도 도발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켜왔다. 공갈 협박을 통해 외교와 경제문제를 동시에 타결한다는 전략은 일획도 바뀌지 않고 있다. 소위 선군정치의 본질이고 그들 말대로라면 쥐구멍에서의 통큰 정치다.

내부적으로도 개혁 개방과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2000년대 초 개성공단 사업을 시작하고 일부 시장활성화 조치를 실시했지만 자본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곧바로 통제로 돌아섰다. 특히 2007년 개혁파 제거 후엔 반개방 반시장 정책을 강화하면서 2009년에는 화폐개혁까지 단행해 그나마의 장마당 시장과 상인층을 축출해버렸다. 그 결과가 바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보다 두 배나 많은 600만명에 달하는 아사 직전 인구다.

북한이 곤궁한 처지를 벗어나는 길은 핵을 포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통해 개혁 개방으로 나서는 것뿐이다. 그래야만 김정일 일가는 물론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도 보장된다. 시간을 미룰수록 선택지는 더 좁아지고 자신은 물론 아들 김정은과 인민의 삶이 모두 위태롭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소 귀에 경 읽기 같은 말을 또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