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제약회사들과 한국전력이 호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가와 관련된 정부 규제라는 공통된 악재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제약주들은 이르면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 및 유럽시장 진출이라는 호재를 갖고 있다. 항암제의 유럽 판매 승인을 지난 3월 받은 SK케미칼을 비롯해 한미약품은 혈압약,녹십자는 독감백신을 앞세워 내년부터 선진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권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의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서 2013년 32%까지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녹십자의 수출비중도 21%로 커질 것"이라며 "다른 제약사의 평균 수출비중이 6.8%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실적 차별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들 종목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영업을 위해 제공한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판매약품의 단가를 인하시키는 '리베이트-약가 인하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리베이트 제공이 적발된 한미약품은 이후 사흘간 5.61%(4600원) 하락했다. SK케미칼은 5.56%,녹십자는 3.48% 각각 떨어졌다.

업종은 전혀 다르지만 한국전력도 제약사들과 비슷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론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보급 확대에 따른 수혜를 받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기존에 소유하고 있는 전력 인프라를 스마트그리드화하기 위한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데다 한전KDN 등 자회사들 역시 관련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2020년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만 2조2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전 주가도 역시 바닥을 기고 있다. 지난해 1월 4만1600원에서 24일 2만9850원까지 하락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발전 단가는 올랐지만,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으로 전기료가 제자리걸음을 해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장기 호재가 단기 악재를 압도할 수밖에 없는 만큼 해당 종목을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 연구원은 "SK케미칼은 하반기,한미약품 등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해외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동준 신한금융투자 투자분석부장은 "한전이 스마트그리드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련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가 전기료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료 인상은 꾸준히 이뤄질 전망인 만큼 간접 수혜를 누리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