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참 대단한 '모피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04년 7월15일의 일이다. 감사원이 다섯 달에 걸쳐 진행한 신용카드 대란 특감을 마무리짓고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감사원은 카드 대란의 원인을 카드 이용자와 카드회사,그리고 감독기관의 총체적 부실로 규정했다. 특히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못해 부실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기자들은 전윤철 감사원장의 호언장담처럼 '정책 감사가 제대로 됐구나'라고 생각했다. 정책을 잘못 편 당국자들을 대상으로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감사원은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등 3곳에 대해 '기관주의'조치만 내렸다. 그리고 재경부와 금감위 당국자에 대해선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하위 기관인 금감원의 부원장 한 명에 대해서만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 감사원의 설명이 걸작이었다. "정책이 결과적으로 잘못됐다 하더라도 담당 공무원이 고의 또는 중과실을 저지르지 않은 경우 문책하기 힘들다. " "카드 부실 당시 금감위원장 등은 현재 더이상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징계의 실효성이 없다. "
'모피아'(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관료)들은 이번 상호저축은행 사태에서도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상반기 실시한 서민금융 감사의 결과를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기관 주의'로 지난 3월 확정했다. 개인에 대한 조치는 역시나 금감원 국장 및 검사반장에 대해서만 내렸다. 재정부나 금융위의 전 · 현직 당국자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저축은행이 부실덩어리가 된 것은 금감원의 잘못만이 아니다. 오히려 정책 실패가 더 큰 요인이었다는 데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진승현 게이트'와 '이용호 게이트'로 상호신용금고가 어려워지자 재정경제부와 금감위는 2001년 1월 신용금고에 대한 예금자보호 한도를 은행과 마찬가지로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여줬다. 이듬해 3월엔 명칭을 상호저축은행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 줬다. 진념 재경부 장관과 이근영 금감원장 시절이다.
저축은행에 돈이 몰려들고 저축은행업계가 운용난을 호소하자 2006년 8월엔 우량 저축은행에 대해 여신한도를 완화시켜 줬다. 저축은행은 넘치는 돈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무차별 투입했다. 2008년 9월엔 저축은행끼리 인수 · 합병(M&A)을 하도록 유도했고 뒤에서 조종까지 했다. 우량 저축은행마저 동반 부실해지는 계기가 됐다. 2006년엔 권오규 재경부 장관과 윤증현 금감위원장,2008년엔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각각 수장이었다.
모피아들이 이번에도 면책특권을 누리게 된 데는 이명박 대통령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금감원을 찾아 금감원만을 질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책임이 금감원으로 집중됐다. 이후 검찰 수사 결과 금감원 직원들의 비리가 계속 나오면서 감독원 직원들만이 죄인이 돼 버렸다.
모피아들은 금융감독 혁신방안과 관련해선 한술 더 뜨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의 원인 중 하나가 금감원의 감독 독점이었는데 이를 절대 내놓지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감독이나 검사 권한을 주는 등 경쟁체제를 도입해 금융시스템 부실을 막아야 한다는 권고엔 아예 귀를 닫고 있다. 만만한 예금보험공사만 참여시켜 민간 금융회사에 대한 권력을 계속 휘둘러 보겠다는 계산이다. 총리실이 주도하는 민관합동 태스크포스는 안중에도 없다. 참 대단한 모피아들이다.
박준동 경제부 금융팀장 jdpower@hankyung.com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기자들은 전윤철 감사원장의 호언장담처럼 '정책 감사가 제대로 됐구나'라고 생각했다. 정책을 잘못 편 당국자들을 대상으로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감사원은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등 3곳에 대해 '기관주의'조치만 내렸다. 그리고 재경부와 금감위 당국자에 대해선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하위 기관인 금감원의 부원장 한 명에 대해서만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 감사원의 설명이 걸작이었다. "정책이 결과적으로 잘못됐다 하더라도 담당 공무원이 고의 또는 중과실을 저지르지 않은 경우 문책하기 힘들다. " "카드 부실 당시 금감위원장 등은 현재 더이상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징계의 실효성이 없다. "
'모피아'(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관료)들은 이번 상호저축은행 사태에서도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상반기 실시한 서민금융 감사의 결과를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기관 주의'로 지난 3월 확정했다. 개인에 대한 조치는 역시나 금감원 국장 및 검사반장에 대해서만 내렸다. 재정부나 금융위의 전 · 현직 당국자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저축은행이 부실덩어리가 된 것은 금감원의 잘못만이 아니다. 오히려 정책 실패가 더 큰 요인이었다는 데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진승현 게이트'와 '이용호 게이트'로 상호신용금고가 어려워지자 재정경제부와 금감위는 2001년 1월 신용금고에 대한 예금자보호 한도를 은행과 마찬가지로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여줬다. 이듬해 3월엔 명칭을 상호저축은행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 줬다. 진념 재경부 장관과 이근영 금감원장 시절이다.
저축은행에 돈이 몰려들고 저축은행업계가 운용난을 호소하자 2006년 8월엔 우량 저축은행에 대해 여신한도를 완화시켜 줬다. 저축은행은 넘치는 돈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무차별 투입했다. 2008년 9월엔 저축은행끼리 인수 · 합병(M&A)을 하도록 유도했고 뒤에서 조종까지 했다. 우량 저축은행마저 동반 부실해지는 계기가 됐다. 2006년엔 권오규 재경부 장관과 윤증현 금감위원장,2008년엔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각각 수장이었다.
모피아들이 이번에도 면책특권을 누리게 된 데는 이명박 대통령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금감원을 찾아 금감원만을 질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책임이 금감원으로 집중됐다. 이후 검찰 수사 결과 금감원 직원들의 비리가 계속 나오면서 감독원 직원들만이 죄인이 돼 버렸다.
모피아들은 금융감독 혁신방안과 관련해선 한술 더 뜨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의 원인 중 하나가 금감원의 감독 독점이었는데 이를 절대 내놓지 못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감독이나 검사 권한을 주는 등 경쟁체제를 도입해 금융시스템 부실을 막아야 한다는 권고엔 아예 귀를 닫고 있다. 만만한 예금보험공사만 참여시켜 민간 금융회사에 대한 권력을 계속 휘둘러 보겠다는 계산이다. 총리실이 주도하는 민관합동 태스크포스는 안중에도 없다. 참 대단한 모피아들이다.
박준동 경제부 금융팀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