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마무리] 北·中 '새로운 협력' 강조했지만…황금평·나선 착공식 돌연 연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정일 "중국식 개혁·개방 정책 옳았다"…원자바오 "경협 한단계 높은 수준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방중 7일째인 26일 귀국길에 올랐다. 김정일은 전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 · 중 간에 실질적인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귀국에 앞서 경제담당인 리커창 부총리의 안내로 베이징의 첨단기술 업체 밀집 지역인 중관춘을 방문하기도 했다.
특히 원자바오 총리는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북 · 중 간 경제협력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일도 이에 대해 "올해 북 · 중 우호 협력 50주년이 되는 것을 계기로 경제협력에서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나가자"고 화답했다. 이어 "9개월 만에 다시 찾은 중국에서 경제 사회 과학 문화 등 모든 방면이 새롭게 진보하고 번창한 모습을 봤다"며 "중국 공산당의 개혁개방 정책이 옳았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베이징의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의 노동력과 중국의 자본 및 기술을 융합하는 데서 나아가 극동아시아의 물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협력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일의 발이 머문 중국 기업은
김정일이 이번 방중 길에 들렀던 회사들은 하이린농장(무단장) 이치자동차(창춘) 징아오(양저우) 판다전자(난징) 차이나디지털(베이징) 등이다. 자동차,태양광 전지,LCD 및 전자제품,전자책 스마트그리드 등 첨단 정보통신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하는 회사들이다. 하이린농장에서 농장의 산업화를 시찰한 것을 제외하곤 하나같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첨단업종이다. 이치자동차는 북한 나선특별시에 대한 투자설이 돌고 있다.
판다전자는 중국 전자산업의 요람으로 장쩌민 전 주석의 측근 다수가 고문 등으로 재직 중이다. 태양광 등 미래 에너지 분야와 정보통신은 김정일이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미래형 산업으로 꼽을 수 있다.
중국의 경영컨설팅회사인 밍웨의 푸청 사장은 "김정일이 긴 시간 동안 많은 기업을 방문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투자할 경우 후방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업종의 대표회사들을 찾아다녔다"고 분석했다. 물론 이에 대해 일본 산케이신문의 분석처럼 "인재도 자원도 없는 북한이 당장 투자할 수 없는 업종들"이라며 "김정일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창지투 개발 언급 없어
최근 중국과 북한 간 경제협력 분야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 상무부가 북한 합영투자위원회와 접촉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만일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선다면 지금까지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베이징의 한 북한 전문가는 "홍콩과 중국처럼 경제 국경이 없는 북한+중국의 제3섹터형 경제 체제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노동자들이 국경을 통해 출퇴근하고 국경지역을 보세구역으로 만드는 등 다양한 방식의 실험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중국이 50년 임차하고 북한과 중국이 공동 개발한다는 황금평이 어떤 형식으로 개발되고 관리될 것인지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초 28일과 30일에 열 예정이던 압록강의 황금평 개발 착공식과 나선과 훈춘 간 고속도로 기공식이 전격 연기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창지투 및 나선항 개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데다 중국이 이른바 동해출항권을 싼 값에 얻으려했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왔다는 점에서 양국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황금평 등은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착공식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 자본주의 인식 부족이 문제
북한에서 광산업을 하는 조선족 기업인 P씨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보관료를 줘야지 왜 이자를 받아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북한 관리도 있다"며 "자본주의적 시스템도 안 돼 있고 인식도 부족한 북한과 경제협력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철도 도로와 같은 인프라가 없어 물자가 이동할 수 없고,전력 공급이 부족해 생산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외국인 투자가 보장되지 않는 등 제도적 결함이 너무 많다는 불만도 높다.
하지만 홍콩 현대중국연구소 셰밍 연구원은 "중국은 동해출항권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북한은 경제원조를 얻어내는 게 목적이어서 실질적인 경협으로 이어지긴 아직 이른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