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님(박근혜 전 대표)께서 주신 '(전대룰) 가이드 라인'을 감히 누가 건드리겠냐."(친이계 초선의원) "의총도 하기 전에 친박들에게 '지령'을 내리니 누가 무서워서 '항명'을 할 수 있겠는가. "(친이계 재선의원)

한나라당 차기 전당대회 규정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가 열린 지난 25일 국회 본청.친이계 몇몇 의원들이 의총장 옆 한 사무실에 모여 당헌 · 당규 개정에 반대의 뜻을 밝힌 박 전 대표에 대해 반감과 조롱에 가득찬 불만을 늘어놨다.

이날 의총장에는 한나라당 재적인원 172명의 절반도 안되는 70여명의 의원만이 자리를 채웠다. 상당수 의원들이 박 전 대표의 당헌 · 당규에 대한 입장이 보도되면서 의총을 통한 당헌 · 당규 개정이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이유로 불참한 탓이다.

한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의중이 확실한 가운데 열리는 의총에서 세종시 수정안 논란 때처럼 '친이계 한풀이' 외에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비공개 회동도 뒷말이 무성하다. 박 전 대표 측이 황 원내대표 측에 무리한 의전을 요구했고,황 원내대표 측의 업무 미숙으로 일정에 착오가 생겨 일이 꼬였다는 내용이 다.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의 '폐쇄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표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많을 것이다. 본의와 다르게 '대세론'의 영향을 받아 자신을 '공주'로 만들어가는 주변 환경이 부담일 것이다. 모 친박계 의원이 박 전 대표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기자를 끌어내렸다는 보도가 나간 뒤,'과잉충성'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진노했다는 후문도 박 전 대표의 심사를 짐작케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안정적인 대권 행보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당내 반발세력이 가진 반감을 해소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공개된 스킨십이 필요하다. '점령군'보다는 탄압받는 리더십에 표를 던졌던 우리 국민들의 투표 성향에 비춰볼 때 박 전 대표가 지금의 대세론을 어떻게 활용하고 극복해야 할지 깊은 고민이 절실할 것 같다.

구동회 정치부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