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전직 영업사원 한마디에 4천억이라니…법정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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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 정유4社에 사상 두 번째 4348억 과징금
담합 인정 GS칼텍스는 면제…'리니언시' 논란
담합 인정 GS칼텍스는 면제…'리니언시' 논란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SK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에 '주유소 나눠먹기' 담합 과징금 4348억원을 부과하자 해당 업체들은 일제히 "담합 사실이 없다"며 불복 방침을 밝혔다. 특히 "한 정유업체 전직 영업사원의 진술에 의존해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매기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모든 법적 수단을 취해 대응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망할 때까지 싸우란 말인가"
정유사들은 담합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이 이른바 '폴 전쟁'으로 불리는 주유소 확보 경쟁이 매년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영업 중인 주유소는 1만2700여개로,이 중 해마다 1% 정도인 100여개 주유소 간에 폴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공정위와 가장 큰 시각차를 보이는 대목은 주유소 확보 경쟁의 강도이다. 공정위는 2000~2008년 각 정유사들의 주유소 점유율 변동치는 0.3~2.2%포인트로 사실상 정체 상태를 보여 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 같은 점유율 변화는 이 기간 평균치로,특정 시기에는 치열한 폴 전쟁이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자료를 통해 "2000~2002년 현대오일뱅크에서 다른 정유사로 바뀐 주유소가 104개인 반면 현대오일뱅크로 바뀐 다른 정유사 주유소는 31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폴 사인을 단 주유소가 전국적으로 2000개 안팎임을 감안하면 100개 이상의 주유소는 이 회사 전체 주유소의 5%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공정위의 논리대로 매년 1000개 정도의 폴 사인 이동이 일어나야 제대로 된 경쟁이라고 본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로 양분된 우리나라 가전 업계는 한 회사가 망할 때까지 싸워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도저히 수용 불가…법적 대응"
정유사들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특정 회사 전직 영업사원의 개인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이번 공정위 조사에서는 GS칼텍스의 한 전직 영업 직원의 진술이 핵심 자료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전 영업직원 개인의 진술에 의존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단순히 과징금 불복 수준이 아닌 사회정의를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모든 법적 수단을 취해 대응하겠다"고 고강도 표현을 써가며 반발했다.
SK에너지 에쓰오일 등도 공정위의 의결서가 오는 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정유사의 담합 소송과 관련,에쓰오일은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공정위의 경질유 가격 담합 판정 및 과징금 부과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아 승소했다.
◆리니언시 악용 우려
자진 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과징금(6689억원) 사건으로 기록된 액화석유가스(LPG) 업계의 판매가격 담합 사건에 이어 이번 원적지 관리 담합도 리니언시 제도에 의존해 처리함으로써 공정위 스스로 조사권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도 담합 증거를 찾는 데 리니언시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리니언시를 통해 1772억원의 과징금을 모두 면제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 원적지(原籍地)관리
정유사들이 자기 계열 주유소 또는 과거 자기 계열 주유소였던 상표 없는 무폴 주유소에 대해 서로의 기득권을 인정해 경쟁사의 동의 없이 타사 원적 주유소를 임의로 유치하지 않는 영업 관행을 말한다. 원적지는 주유소들이 개소 시 계약했던 최초 정유사를 뜻하는 업계 용어다.
윤성민/이정호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