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감세 철회와 반값 등록금에 대해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을 짐작할 만한 발언들이 나와 주목된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사진)는 최근 사석에서 "민주당이 젊은층을 먹은 데 이어 이제는 40,50대와 보수단체까지 먹으려 한다"며 "한나라당이 총선 · 대선에서 살기 위해서는 '인천상륙작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민주당이 텃밭으로 생각하는 20,30대를 공략하는 것이 '인천상륙작전'이라는 '해설'까지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상륙작전은 1950년 9월15일 국군이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 고전하고 있을 때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지휘하는 유엔군이 인천에 상륙,북한 · 중공군의 보급로를 끊음으로써 전쟁의 흐름을 뒤바꾼 군사작전이다.

황 원내대표는 야당이 지난 4 · 27 재 · 보선에서 한나라당의 표밭인 분당을에서 승리하면서 40,50대 표심까지 공략하고 있는 데 대해 '반값 등록금'으로 민주당이 우세하다고 주장하는 20,30대 젊은층을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그 자신이 15대 국회(전국구) 때를 빼고는 16대부터 18대까지 내리 세 번을 인천(연수구)에서 당선된 인천 출생 토박이다. 황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최근 신문이고 방송이고 모두 반값 등록금을 얘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슈 선점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항만 세련되게 만들면 2조원이면 가능한 일"이라고 자평했다고 이 측근은 전했다.

그동안 황 원내대표가 자신과 상의도 없이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던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도 최근 들어서는 '반값 등록금' 추진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 의장은 사석에서 "감세 철회와 반값 등록금은 이제 한나라당 지도부,아니 한나라당의 '아이콘'이 됐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관철 시킨다는 의지로 추진할 각오"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안에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나 반값 등록금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세 철회 문제와 관련해서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라며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를 만나 감세 철회 문제에 대해 담판을 짓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 원내 지도부의 이 같은 의지에 대해 아직은 당내 반론이 만만치 않다.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당이 감세 철회와 반값 등록금,대북정책 등을 둘러싸고 백가쟁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정책 논쟁을 통한 쇄신과 변화는 필수불가결하지만 섣부른 정책 남발이나 정책 급선회로 집권 여당이 혼란을 일으킨다는 불만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반값 등록금과 관련,여 · 야 · 정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하고 5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과 5가지 관련 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한나라당에 요구했다. 5개 관련 법안은 △등록금상한제 도입법 △취업후상환제 특별법 △장학금 확대법 △지방교육재정 확대법 △교육재정 확대법이다.

박수진/구동회/김재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