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금융회사에 대한 제한적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6월 국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중복검사 우려로 1년 넘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왔으나 최근 저축은행 사태 이후 국회에서 기류가 바뀌었다.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은법 개정안을 6월 국회에서는 정상적 논의과정을 거쳐 어떤 형태로든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간사이자 정책위의장인 박영선 의원도 이와 관련,"저축은행 사태는 금융감독원 단독 감독시스템이 가져온 폐해인 만큼 상호 견제할 수 있는 한은법을 6월 국회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야 간사가 사실상 합의함에 따라 6월 국회에서 한은법 처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한은법은 2009년 12월 여야 합의로 기획재정위를 통과하고도 1년 넘도록 국회 법사위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한은에 비록 제한적이지만 실질적 단독 조사권을 주는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금융감독원뿐 아니라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까지 나서 강력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을 소관 기관으로 둔 정무위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은법에 맞서는 '금융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해 법사위로 넘기며 맞대응에 나섰다. 한은과 금감원의 공동 조사를 명시한 법안으로 사실상 한은의 단독조사권에 반대하는 내용이다. 서로 충돌하는 법안이 복수로 올라올 경우 법사위에서 논의하지 않는 관례를 노린 일종의 '이법제법(以法制法)'전략이었다.

주 의원은 "서로 상충되는 법안 두 개가 올라와 있어 1년 넘도록 적극적 논의를 안했지만 이번 6월 국회서는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법과 금융위원회법의 통합심사 여부와 관련,주 의원은 "한은법 내용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법 개정안의 핵심은 한은이 금융위기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해 자료를 요구하고 조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지금은 한은이 금융회사를 방문조사하려면 반드시 금감원과의 공동 검사 형태를 취해야 한다. 한은이 공동 검사를 요청했더라도 금감원이 거부하면 한은은 금융회사를 방문조사할 수 없다. 한은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관한 자료도 요청할 수 있게 되고 한은의 설립 목적을 규정한 한은법 제1조에는 기존의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이 추가된다.

한은법 개정이 금융감독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은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한은의 단독조사권은 △금융회사에 긴급 여신을 제공할 필요성이 있고 △금감원이 한은의 공동 검사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로 제한된다. 필요할 때마다 금융회사를 방문해 조사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한은의 단독조사권은 금감원의 감독권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한은과 금감원이 대부분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에 단독조사권까지 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한은에 금융회사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데도 한은이 단독 검사하겠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김형호/유승호/류시훈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