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체들이 이라크 건설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발전소 석유플랜트 학교 주택 등에서 앞으로 1000억달러 규모의 공사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추산되는 데 따른 것이다.

◆대규모 공사 잇따라 수주

한화건설은 26일 이라크 총리 관저에서 누리 카밀 알 말리키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사미 알 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 의장과 72억5000만달러(7조9000억원) 규모의 신도시 건설사업 MOA(합의각서)를 맺었다. 본계약은 오는 8월께 체결할 예정이다.

이 공사는 바그다드 중심가에서 동쪽으로 25㎞ 떨어진 지점에 100만가구의 신도시를 짓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한화건설은 부지조성(17억5000만달러)을 거쳐 1단계 시범사업으로 국민주택 10만가구(55억달러)를 건설한다. 설계 · 조달 · 시공을 일괄적으로 맡는 EPC방식으로 7년가량 진행될 예정이다. 공사대금의 10%를 선수금으로, 3회에 걸쳐 5%씩 15%를 중도금으로 받고 잔금은 1블록(4000여가구) 준공 때마다 순차적으로 수령하는 조건이다.

STX중공업은 바그다드 바스라를 포함해 이라크 전 지역에 100㎿ 규모의 디젤발전플랜트 25기를 짓는 공사의 본계약을 지난 18일 체결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지난 2월 이라크 전력부로부터 가스터빈발전소 프로젝트(21억9000만달러)를 따내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라크 건설시장 커진다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256억달러,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5억달러를 수주했다. 이라크에선 1억3578만달러를 따내는 데 그쳤다.

올 들어 이라크 건설시장이 달라지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리비아 이집트 튀니지 예멘 등은 민주화 움직임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이라크는 상대적인 안정을 토대로 경제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석유값 상승 및 석유생산량 증가 등을 토대로 이라크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7.9%에서 11.5%로 높였다. 다양한 공사 발주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라크 정부는 비상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1~2년 안에 총 5000㎿의 발전설비를 확보할 계획이다. 발전시설이 필요전력(1만2000㎿)을 밑도는 7500㎿에 불과해서다. 전후 재건사업인 주택 100만가구 건설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이번에 한화건설이 따낸 10만가구를 제외해도 90만가구의 물량이 남아 있다.

◆진출 서두르는 건설업체들

국내 건설사들은 이라크의 발전플랜트 주택 학교 등의 건설공사에 주목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다음달 고위급으로 구성된 수주조사단을 이라크에 파견할 예정이다. 수익성 안전성 등을 토대로 수주 대상을 파악해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수익성이 좋은 플랜트 위주로 수주 대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도 시장 분석을 거쳐 수주팀을 최근 이라크로 보냈다. 회사 측은 "해외 공사를 따내기가 쉽지 않아 이라크 내 플랜트 주택 도로 교량 건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주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라크의 발주방식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재정수입의 90%가량을 석유 판매에 의존하는 이라크가 공동수주나 수익형 민자사업 등으로 수주업체가 자금을 조달해 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발주처가 명확하고 대금 결제방법이 구체화된 프로젝트 위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