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을 끌어들여 소금을 만들려면 절차가 꽤나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우선 저수지로 바닷물을 끌어들였다가 증발지로 보내 태양열과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킨다. 난치(제1증발지)와 누테(제2증발지)를 거치면서 염도가 높아진 물을 결정지로 보내면 비로소 소금의 모양을 갖추게 된다.

여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20~25일.결정지 바닥에 하얗게 꽃을 피운 소금을 염부들이 거둬들이면 창고에서 1년 이상 간수를 뺀 뒤 출하한다.

전남 신안군 증도가 2007년 슬로시티로 지정된 건 이런 까닭이다. 느리지만 자연의 힘에 의해 천일염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의 태평염전이 있기 때문이다. 증도에선 모든 것이 느리다. 개펄의 짱뚱어도,농게도,사람의 일상도,변화도 느리다. 그 느림의 삶을 찾아 증도로 떠난다.

무안을 지나 지도와 사옥도,사옥도와 증도를 연결하는 연륙교를 건너 증도에 들어서자 먼저 슬로시티 입장료를 징수한다는 플래카드가 인사한다. 증도에 들어오는 사람마다 2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섬에서 나갈 때 쓰레기를 담은 봉투를 가져오면 1000원을 돌려준다. 군데군데 핀 해당화들도 반갑다.

증도대교에서 가까운 태평염전부터 찾아간다. 증도는 원래 하나의 섬이 아니었다. 전증도,후증도로 나뉘어 있던 것을 6 · 25전쟁 직후 피난민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두 섬 사이의 개펄에 제방을 쌓고 염전을 만들었다. 염전은 저수지에서 증발지,결정지로 잇는 물길을 따라 논처럼 반듯하게 구획돼 있다. 천일염은 올해 들어 값이 50% 이상 급등했다. 1년 이상 묵혀 간수를 뺀 것은 다 팔렸고,새로 만든 소금도 없어 못 팔 지경이라니 소금이 말 그대로 '하얀 금' 대접을 받고 있다.

염전의 넓이는 460만㎡.연간 1만6000t가량의 천일염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염전이다. 천일염 채취 체험을 하러 온 사람들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즐거운 표정들이다. 하지만 나날이 바닷물을 펴 소금을 거두고 옮기는 염부들의 삶은 고되다.

태평염전 입구에는 염전과 함께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360호)으로 지정된 소금박물관이 있다. 이 건물은 염전 조성 당시 이 지역에서 발파한 돌로 지은 것으로 1980년대 후반 목조창고들이 생기면서 자재창고로 활용되다 2007년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박물관 안에는 소금의 역사와 문화,용도 등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염전 안으로 들어서니 염전체험장과 염생식물원도 있다. 염생식물원은 데크를 따라 개펄의 생명체들을 관찰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마침 지역에 따라 삐비,삐삐,삘기로 불리는 띠의 꽃이 벼이삭처럼 피어 장관을 연출한다.

태평염전에서 방축리 쪽으로 가다보니 그 유명한 짱뚱어다리가 드넓은 개펄을 가로지르고 있다. 길이 470m의 나무다리다. 장뚱어다리에서 섬 일주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면 2만3000여점의 송 · 원대 유물을 건져 올린 신안 해저유물 인양 기념비와 뱃머리가 유물인양 지점을 향해 있는 배 모양의 보물섬카페도 있다.

다시 짱뚱어다리로 돌아와 다리를 건너자 우전리해수욕장을 만난다. 설탕가루처럼 고운 백사장 옆으로는 해송숲이 울창하다. 해송숲길을 따라 혹은 백사장을 따라 가면 길 끝에 증도 최대의 숙박 · 레저시설인 엘도라도리조트가 있다. 자연지형을 따라 해변에 빌라형으로 숙박시설을 지어서 바다 쪽 전망이 뛰어나다.


◆ 여행 팁

태평염전에선 하루 두 차례(오전 11시,오후 3시) 소금박물관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소금밭 체험을 할 수 있다. 방문 3일 전에 홈페이지(www.saltmuseum.org)나 전화(061-275-0829)로 예약하면 된다. 체험료는 어른 7000원,청소년·어린이 6000원.소금박물관 인근에 소금동굴힐링센터와 솔트레스토랑도 있다. 엘도라도리조트(02-3288-6000) 외에 펜션,한옥민박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고 우전해수욕장 인근 솔숲에서 캠핑을 해도 된다. 증도닷컴(www.jeung-do.com) 참고.

증도(신안)=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