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담합의혹' 정유 4사에 과징금 4348억
SK,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정유사들이 일부러 주유소를 늘리지 않고 기름값 인하를 막아온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는 정유 4사가 시장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소위 '원적관리' 원칙에 따라 주유소 확보경쟁을 제한하기로 담합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총 4348억원을 부과했다.

정유 4사는 기본적으로 주유소들간의 과열경쟁을 금지시켰다. 거래조건이나 주유소 유치 경쟁을 자제 하면서 정유사들의 이익을 챙겼다. 복수상표를 설치하겠다는 주유소에 대해서는 영업을 계획적으로 방해했으며, 본사에는 상황실까지 설치해 운영하면서 담합을 조장했다.

공정위는 SK주식회사,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등에 13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GS칼텍스는 1772억원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현대오일뱅크와 S-Oil은 각각 744억원, 452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특히 담합에 적극 가담한 3개사(SK, GS, 현대오일뱅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정유사들의 영업관행인 원적관리란 정유사들이 자기 계열주유소 또는 과거 자기 계열주유소였던 무폴주유소에 대해 기득권을 서로 인정하는 것이다. 경쟁사의 동의없이 타사 원적주유소를 임의적으로 유치하지 않는 영업 관행이다.

예를 들어 A정유사 상표로 영업하던 어떤 주유소가 B정유사로 상표를 변경하고자 하더라도 A사의 동의(또는 양해)가 없으면 B사로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한 행태다.

또한 이들 정유사들은 한 주유소가 여러 회사의 기름을 팔수 있는 이른바 '복수상표표시제도'도 고의적으로 방해했다. 이 제도는 2001년 9월 도입됐다. 하지만 SK, GS, 현대오일뱅크는 계열 주유소가 복수상표 신청을 할 경우 정유사가 주유소에 부착된 상표(폴 사인 등)를 철거하는 행위인 '디브랜드'로 영업을 방해했다.

이처럼 주유소들의 폴 경쟁이 제한되다보니 시장점유율도 일정했다. 실제 정유사들의 주유소 점유율 변화는 10년 동안 거의 유사하다. SK는 2000년 36.0%에서 2010년 35.3%로, GS는 26.5%(2000년) → 26.8%(2010년), 현대오일뱅크는 20.9% → 18.7%, S-Oil은 13.2% → 14.7%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시장경쟁이 없는 곳에서는 가격경쟁도 없었다. 석유제품 가격은 인하요인에도 오히려 상승할 수 밖에 없었다.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실거래가격)은 공장도가격, 일일판매기준가격을 기초로 개별 주유소의 판매량, 거래조건 등을 감안해 할인된 후 결정했다.

그러나 원적관리 담합은 주유소의 정유사 선택 기회를 봉쇄해 실거래가격 인하(할인)를 제한하게 됐다. 원적관리 담합이 없었다면 정유사들이 주유소 확보를 위해 더 싸게 기름을 공급해, 결국 최종 소비자가격 하락으로 연결됐을 것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유영욱 시장감시국 시장감시총괄과 사무관은 "그간 소문이 무성하던 정유업계의 원적관리 영업관행 배후에 일종의 불가침 협정과 같은 합의가 있었음을 입증했다"며 "주유소 확보 경쟁이 활발히 이루어질 경우 정유사의 주유소에 대한 공급가격 인하로 최종 소비자 가격 하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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