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국내 연구진이 레이저로 약물을 뇌에 투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최철희 교수팀은 극초단파 레이저빔을 1000분의 1초 동안 뇌혈관벽에 쬐어주는 방법으로 혈뇌장벽의 기능을 일시 차단, 약물을 원하는 부위에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발표했다.

뇌혈관은 혈관 내피세포가 매우 촘촘하게 둘러싸고 있는 ‘혈뇌장벽’이라는 특수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혈뇌장벽은 신진대사와 관련된 물질은 통과시키지만, 세균 화학물질 등 유해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차단함으로써 중추신경계를 보호한다.따라서 우수한 효능을 가진 약물조차 차단돼 뇌 질환 치료에 어려움이 많았다.

연구진은 “펨토(1000조분의 1)초 펄스 레이저를 혈관에 쪼이면 혈뇌장벽이 순간적으로 느슨해지면서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공간이 열리고, 그 사이로 미리 주사를 통해 혈관에 주입된 약물이 혈관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번 연구성과는 동물 실험을 통해 이뤄진 것이어서 인간의 뇌에 임상 적용하기는 이르다.그러나 뇌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망막질환, 특히 노인성 질환인 황반변성에 대해서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안정성을 규명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으며 인간 뇌와 관련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안질환 치료에는 바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