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영필 잘만테크 대표 “정상화 이전 경영권 안판다”
“경영이 정상화되고 회사가 턴어라운드 하기 이전에 다시 지분 매각을 시도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영필 잘만테크 대표(63·사진)는 지난 26일 서울 가산동 잘만테크 본사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갖고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 3월 경영권 매각 과정 중 법정 분쟁에 휘말린 이 대표가 이후 언론에 정식 입장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잘만테크는 컴퓨터 냉각장치와 케이스 등을 생산하는 전문업체다.

그는 지난 3월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으나 잔금도 받지 못하고 지분만 양수인 측에 넘긴 꼴이 됐다. 계약 체결 뒤 법무법인에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한 실물 주식과 잔금을 양수인 측이 모두 가져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상대방의 고의적 사기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 차명 보유주식과 이면계약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다운 계약서를 쓴 것은 최초 양수인인 김정영 씨의 요구였다”고 밝혔다. 원래는 계약금 45억원, 중도금 55억원, 잔금 50억원 등 총 150억원짜리 계약이었으나 김 씨가 70억원으로 맞추자고 요구했다는 얘기다.

그는 “한때 주가가 지금의 몇십배 됐던 점에 비춰보면 제 입장에서 70억원은 자존심이 몹시 상하는 일이었다"며 "하다못해 100억원이라도 맞춰달라고 했지만 김 씨가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칼자루가 김 씨에게 있었기 때문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회계감사를 무사히 넘기려면 김 씨의 협조가 필요했던 데다 계약금도 비교적 많은 45억원이나 줬기 때문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양수인 측이 무자본, 혹은 소자본 M&A(인수·합병) 업자였고, 사채를 동원해 계약금을 지불한 뒤 제 지분을 편취한 것”이라며 “이들 중 일부는 현재 검찰에 조사를 받고 있으며, 나도 검찰에 인지수사를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기존 지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는 “대부분은 이미 장내에서 매각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때문에 주권 분실신고 등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어차피 찾을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대표는 대신 유상증자와 장내매수를 통해 새로 지분을 확보 중이다. 이미 7.8%(87만3474주)까지 지분을 늘렸다. 현물출자 형태의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이 대표 지분은 20.31%(263만230주)까지 확대된다. 여기에 친인척 등 지인 지분 4~5%, 추가적으로 매입 계획이 있는 지분 등을 합하면 30%의 의결권은 확보할 것이란 게 이 대표의 예상이다.

지분 확보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게 회사 구조조정이다. 지난달 이미 인력 구조조정을 끝마쳤다. 미국 법인장으로 있던 황일구 이사가 영업본부를 이끌기로 했고, 서민환 상무는 연구개발과 회사 전반적인 운용을 함께 책임진다. 이 대표 권한을 임원들에게 상당 부분 이양한 것. 사옥 매각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차입금 120억원 내외를 갚을 예정이다.

그는 “3월에 경영권 매각 관련한 일 때문에 한동안 회사에 신경을 거의 못썼는데, 지난 1분기 영업실적이 예상했던 것보다 좋게 나왔다”며 “비록 적자를 기록했지만 하반기 턴어라운드를 위한 기반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잘만테크의 PC 부품사업을 내가 너무 과소평가했다. 우리 회사 제품은 마니아 층의 폭넓은 수요가 확보된 상태”라며 “신규 사업이 없어도 3분기에는 영업 흑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PC에 주로 사용되는 쿨러는 적용 범위가 점차 넓어질 것”이라며 “여기에 3D(3차원) 모니터의 경우 5.7인치 검안용, 24인치 영화 촬영 현장용 등 특수 분야에 활용되고 있어 삼성, LG와는 다른 틈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조만간 PC를 기반으로 하는 오디오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며 “기존 유통경로를 활용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제품을 속속 출시하겠다”고 했다.

그는 “나 아니면 잘만테크가 안 된다는 생각은 없다”고 했다. 경영 능력과 자금력을 갖춘 인수자가 나타나면 경영권을 처분할 용의는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시점이 지금은 아니라고 했다. 또 무자본 M&A 세력에는 절대 처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어차피 실적으로 보여줄 일이다. 잘만테크의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