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의 탄생 과정을 다룬 '엑스맨:퍼스트 클래스'(사진 · 감독 매튜 본)는 이 시리즈의 다섯 번째이자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다. 악당 매그니토와 숙적 찰스 자비에 교수의 젊은 시절 사연들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도 만남을 통해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변화의 진폭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짜릿할 정도다.

1960년대 쿠바의 핵미사일 배치를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돌입한 상황이 배경이다. 이때 절대악 돌연변이 집단은 3차대전을 일으키려 시도하고 젊은 매그니토(마이클 패스맨더)와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는 다른 돌연변이들과 힘을 합쳐 맞선다.

그동안 숙적으로만 그려졌던 매그니토와 자비에가 이 영화에서는 친구로 등장한다. 매그니토가 애초부터 악인은 아니다. 유대인인 그는 어린 시절 나치에게 어머니를 잃었다. 모친 살해범은 다름아닌 절대악 돌연변이 집단의 수괴다. 금속 물질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그의 염력은 자비에의 도움으로 강화된다. 순간이동,초강력 에너지 발사,타인의 모습으로 변하는 고무인간,다이아몬드 피부로 변화하는 돌연변이들도 두 주인공과의 인연으로 만난다.

그러나 이들은 보통 사람들에 대한 입장차로 갈라선다. 아픈 상처를 지닌 매그니토 등은 공격적인 성향을 띠게 되고,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한 자비에 교수 편의 돌연변이들은 그 반대편에 선다.

그들의 선택을 관객들이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데에 이 영화의 매력이 있다. 관객들은 스스로 저런 상황에서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자문하게 된다. 인간이란 얼마나 유혹에 빠지기 쉬운지,또 바른 판단이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일깨워준다.

이런 세심한 스토리를 갖춘 블록버스터는 드물다. 돌연변이들의 초능력 장면은 덤 같다. 단순히 볼거리에 의존했던 기존의 '엑스맨' 시리즈보다 진일보한 버전이다. 12세 이상,6월2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