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주장했으나 한국과 미국은 27일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6자회담이 다시 열리기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우리 측에 설명한 북 · 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별다른 내용이 없고 언론에 보도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 · 미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김정일이 6자회담 재개 등을 언급했다고 하는 데 늘 해오던 말이기 때문에 딱히 유의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는 북 · 중 간 이면 합의 내용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북한의 행보를 좀 더 지켜볼 계획이다.

미국 정부도 우리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 우선적인 조치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도발적 행위도 중지해야 한다"면서 "이후 그 진전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다른 것들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6자회담에 앞서 남북이 먼저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김정일의 방중에 대해 6자회담 재개에 관한 원론적 입장이 표명된 수준이며 한반도 국면의 진전을 이끌 실질적 내용물은 도출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중국이 한국과 미국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후속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독일 등 주요 8개국(G8) 정상들은 27일 프랑스 도빌에서 폐막한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선언문을 통해 북한의 도발행위를 비난하고,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북한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김정은/장성호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