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네이도의 위력
美 전체 사망자 500명 넘어서…1953년 이래 최대 규모
피해 왜 커지나
인구 밀집지역에 집중…이동식 주택 증가도 원인
더 큰 공포 몰려온다
내달부터 허리케인 시즌…대형급 3~6개 강타할 듯
"토네이도에 대한 미국인들의 공포는 핵폭발에 필적한다. "(뉴욕타임스)
미국 중부 지방에 연이어 대형 토네이도가 발생하면서 세계 최강국 미국이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달 강력한 토네이도가 앨라배마주 등 남동부 지역을 강타해 365명의 희생자를 낸 데 이어 이달 22일에는 미주리주,24일에는 오클라호마주와 캔자스주를 강타했다. 인구 5만명의 미주리주 조플린시에서는 지금까지 125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고,232명이 행방불명된 상태다. 오클라호마,캔자스,아칸소주에서도 사망자가 15명으로 늘어났다. 올 들어 토네이도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가 500여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허리케인 시즌이 예상되면서 미국의 자연재해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피해기록 경신하는 '슈퍼 토네이도'
미국 중부 지방을 강타하고 있는 토네이도는 지난 4월 말부터 규모가 '초특급'으로 변하면서 각종 피해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대형마트와 병원건물마저 흔적도 알아보기 힘들게 파괴한 조플린시 토네이도의 경우 최소 125명이 사망하면서 이미 단일 토네이도에 의한 사망자 기록(종전 116명)을 경신했다. 1950년 기상 관측 이래 61년 만에 최대 규모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한 해 동안 사망자 수에서도 올해는 1953년 이래 최대 규모다. 이미 역대 7위 사망자를 기록했지만 앞으로 수차례 토네이도가 더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만간 1925년의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역사상 토네이도로 가장 많은 피해가 난 해는 미주리,일리노이,인디애나 등 3개주를 강타해 695명이 숨진 1925년이다. 당시 한 해 동안 모두 79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1953년에도 5월과 6월에 잇달아 토네이도가 발생해 텍사스에서 115명,미시간에서 116명,매사추세츠에서 94명이 사망했다.
여기에 올 들어 이미 1000개 이상 토네이도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면서 토네이도 발생 숫자 기록도 깨질 전망이다. 한 해 가장 많은 토네이도가 발생한 해는 2004년 1817개였는데 앞으로 6월 말까지 토네이도가 잇따라 생긴다고 가정할 경우 신기록 작성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올 4월에만 875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해 종전 최고 기록(1974년 267개)을 가뿐히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월평균(161)의 다섯 배나 많은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첨단 방어책도 무용지물
최첨단 산업국가 미국에서 100년 전 자연재해 사망자에 육박하는 사망 · 실종자가 발생하면서 미국 언론들은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첨단기술의 무력함이 드러났다"고 한탄하고 있다.
우선 지난 50년간 토네이도 발생을 예상하고 경보하는 시스템이 훨씬 발전했지만 토네이도 예보와 이동경로 예상이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이 지적된다. 여기에 급격한 도시화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토네이도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대평원 지대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올해는 인구밀집 지역을 강타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도시의 팽창으로 인구밀집 지역이 넓어져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해럴드 브룩스 미국 해양대기관리처(NOAA) 연구원은 "최근 이동식 주택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주택과 달리 이런 집은 급한 경보가 울렸을 때 대피할 수 있는 지하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조플린 지역을 덮친 토네이도는 피해 강도를 산출하는 '후지타 등급' F0~F5 중 두 번째로 강력한 'F4'에 해당해 이동식주택은 물론 석조건물과 중형차 등 지상에 있는 대부분의 것을 하늘로 날려버렸다.
내달부터 허리케인 시즌이 예상되면서 미국의 자연재해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에도 3~6개의 대형 허리케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보됐다. 육상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회오리바람인 토네이도와 달리 허리케인은 북대서양,카리브해,멕시코만,북태평양 동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최대 시속 175마일의 초특급이었다. 제인 루브첸코 NOAA 연구원은 "지난해엔 운좋게 대형 허리케인이 미 대서양 연안을 비켜갔지만 올해도 똑같은 행운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유창재/김동욱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