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관련 기업에 투자하세요. 농산물 원자재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

데스몬드 정 블랙록자산운용 펀드매니저(사진)는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농산물 가격은 전 세계 인구와 신흥국 소득 증가로 상승 곡선을 그리겠지만 가격 변동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블랙록 천연자원운용팀에서 '블랙록월드애그리컬처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정 펀드매니저는 농산물에 대한 직접투자가 힘든 이유로 광물 에너지 등 다른 원자재와 달리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점을 들었다. "원유는 가격이 떨어질 때 생산업체가 공급량을 줄여 재빨리 대응할 수 있지만 농산물은 가격이 내렸다고 해서 공급을 빨리 줄이기 힘들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농산물 대신 농업 관련 기업에 투자하면 농산물 가격 변동과 상관없이 장기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 수혜를 받는 기업이 있고,가격이 내릴 때도 수혜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농가에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농기구나 비료,제초제 혹은 우수한 품종의 종자 구입을 늘리는 만큼 농기구나 종자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농산물 가격이 내릴 때는 식료품 가공 기업이 낮아진 원재료 값 때문에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다.

정 펀드매니저는 인구 증가와 이머징 국가의 식생활 패턴 변화도 농산물 관련 투자의 매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40년 후인 2050년에 세계 인구는 90억명으로 50% 늘어날 전망인 만큼 향후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이머징 국가의 식생활 패턴이 육류와 유제품 쪽으로 옮겨가는 점도 농가와 농업 관련 기업들에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정 펀드매니저는 "농산물 가격이 단기적으로 요동치는 것과 달리 농가 소득은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소득이 높아진 농가는 농기구나 품종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