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도시바·지멘스 원전사업 주춤…두산重엔 기회?
"두산중공업이 만든 한국 원전은 일본 도시바가 만든 후쿠시마 원전과 비교가 안돼요. 후쿠시마는 문제가 많았죠.오늘 그 얘기를 자세히 해줬으면 한국의 원전 기업들에 많은 힘이 됐을 텐데 아쉽습니다. "

27일 오전 8시.박용만 ㈜두산 회장(사진)은 맨 앞줄에서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의 강연을 1시간가량 경청한 직후 이렇게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이날 강연의 주제는 '일본 원전 사고와 국가 에너지 정책방향'이었다.

박 회장의 말 속엔 두산중공업 원전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원전 위기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기술 발전을 위해 백배 천배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향후 수주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항상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올 들어 원전 수주 뚝 끊겼지만…

두산그룹은 한국 원전 산업의 간판 기업이다. 전 세계에서 원전 주기기를 만들 수 있는 곳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등 여섯 나라뿐이다. 두산중공업은 용광로에 쇳물을 부어 직접 거대한 단조품(소재)을 만들 수 있는 전 세계 유일의 기업이다. 일본 최대의 원전 주기기 제조업체인 도시바만 해도 JSW로부터 단조품을 공급받는다.

두산중공업의 수주 현황이 한국 원전 산업의 향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얘기되는 이유다. 그런 두산중공업의 원전 수주가 올 들어 뚝 끊겼다. 5조원가량의 수주 잔량이 남아 있다곤 하지만 세계 각국이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어 향후 일감이 급감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박 회장은 "독일을 제외하면 원전을 보유한 주요 국가 대부분이 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일본 지진이) 앞으로의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엔 반원전 여론 때문에 각국 정부가 정책 결정을 미루고 있지만 부족한 전력 수요를 메우기 위해선 결국 원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슈&포커스] 도시바·지멘스 원전사업 주춤…두산重엔 기회?
◆경쟁사의 원전사업 이탈은 기회

원전 전문가들은 원전 정책을 둘러싼 각국의 고민이 두산중공업엔 위기이면서 새로운 기회라고 분석하고 있다. 도시바는 태양광,풍력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 7000억엔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원전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기로 지난 24일 발표했다.

독일의 지멘스는 한발 더 나아가 원전 사업을 아예 포기할 조짐이다. 박인성 KOTRA 함부르크 센터 차장은 "지멘스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로스아톰,프랑스 아레바와 제휴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400개의 원전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6억4800만유로의 배상금 부담을 지면서까지 로스아톰과의 제휴 관계를 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도시바와 지멘스는 자국 정부가 원전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며 "오히려 경쟁자들이 줄어들면서 한국의 원전 산업이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전 수출 강국을 꿈꾸는 러시아만 해도 지멘스의 계약 위반으로 새로운 기술적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동휘/이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