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막에서 정체 불명의 원형 구조물이 발견된다. 알고 보니 4차원 세계로 가는 통로.피라미드 연구가 잭슨과 미 공군 오닐 대령이 그곳을 통과하니 사막 투성이 위성에서 외계 생명체가 고대 이집트 신인 '라'로 위장,이집트인을 노예로 부리고 있다. 잭슨과 오닐은 지구를 파괴하려던 '라'가 집어타고 도망치려던 피라미드 우주선을 폭파시킨다.

할리우드의 1994년 작 '스타 게이트'다. 엉뚱하고 황당한 상상은 이집트 피라미드,특히 대(大) 피라미드가 외계인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설을 바탕으로 한다. 외계인 축조설은 이곳의 규모와 공법 모두 4600여년 전 사람의 힘이라고 믿기 힘들다는 데서 비롯됐다.

피라미드는 나일강 일대에 두루 분포한다. 죽은 왕을 태양신에게 빨리 정확하고 가깝게 보내기 위한 무덤이란 설이 일반적이지만 아니라는 설도 있다. 카이로 남서쪽 기자 지구에 있는 대 피라미드를 둘러싼 논란은 더하다. 고왕국 제4왕조 2대 파라오 쿠푸왕의 무덤으로 기원 전 2650년께 만들어졌다고 추정되지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케옵스(쿠푸왕의 그리스 이름) 피라미드라고도 불리는 이곳의 높이는 147m,밑변은 230m다. 평균 2.5t의 석재 230만개로 이뤄져 있고 밑에서 위로 3분의 1 지점에 왕의 방이 있다.

가장 큰 궁금증은 그 무겁고 많은 돌을 어디서 어떻게 가져왔느냐는 것.텅빈 왕의 방을 떠받치고 있는 5개의 기둥이 각 70t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방법 및 피라미드 속 환기구의 철판과 금도금이 무슨 수로 가능했는지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수천년 동안 지반 침하가 5㎜에 불과한 것도 불가사의한 일로 꼽힌다.

이집트 문화재청과 영국 리즈대학 기술진이 탐사용 소형 로봇 '제디봇' 을 이용,대 피라미드 왕비 방 남쪽 벽 환기통로 중간 비밀공간에서 촬영한 '붉은 이미지'가 가분수 외계인처럼 생겼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풀리지 않는 비밀과 무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사라 파캑 미국 앨라배마대 교수팀이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적외선 사진 수만장을 분석,땅속 피라미드 17기를 발견했다는 소식이다. 망원경이 끝나는 곳에서 현미경이 시작된다던가. 우주 과학이 고고학에 새 지평을 여는 셈이다. 대 피라미드의 비밀이 풀릴 날도 머지않았을지 모른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