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이틀 연속 순매수한 데 힘입어 증시가 일단 방향을 트는 데 성공했다.

27일 코스피지수는 8.33포인트(0.40%) 오른 2100.24로 마감됐다. 지난 25일 120일 이동평균선(2060.13)이 붕괴된 후 곧바로 반등에 성공함으로써 바닥을 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이틀 연속 동반 순매수에 나서 각각 1369억원어치와 157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글로벌 경기의 둔화 가능성 및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변수는 여전히 증시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2분기 실적 확인으로 상승 모멘텀을 잡기 전까지는 2100을 전후로 한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외국인이 이달 들어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금융주가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나는 주도주다'

차(자동차) · 화(화학) · 정(정유) 등 주도주에 대한 '쏠림현상'은 증시의 잠재적 불안 요인이었다. 12일부터 25일까지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던진 종목도 이들 종목이었다. 시장에 주는 충격파도 컸다. 이 기간에 외국인이 OCI를 팔아치운 금액만 8329억원에 달한다. 현대차 LG화학 기아차 SK이노베이션 한화케미칼 현대모비스 등도 외국인 순매도 상위 10위 종목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11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외국인이 가장 먼저 사들이고 있는 종목 역시 이들 주도주다. 이들이 매도 · 매수의 타깃이 되는 이유는 가격(주가) 요인 외에 1분기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최대 시장 미국에서의 선전으로 북미시장 '톱3' 진입이 예상되는 현대 · 기아차를 비롯해 호황 국면인 정유 화학주들이 당분간 주도주그룹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외국인은 순매수로 돌아선 26일부터 이틀 동안 현대차 기아차 에쓰오일 등을 사들였다.

◆차기 주도주 후보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당분간 차 · 화 · 정의 바통을 이어받을 차기 주도주 출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외 변수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반기 실적 개선 등 가능성만으로 주도주에 편입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송 센터장은 "앞으로 2분기 실적을 눈으로 확인시켜주면서 시장의 컨센서스를 얻는 종목이 차기 주도주로 부상할 것"이라며 "주도주 후보군으로 분류된 정보기술(IT)주와 금융주들은 틈새주로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주는 최근 외국인의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나금융 KB금융 우리금융 BS금융 등이 대상이다. 외국인은 12일부터 25일까지 10일 연속 순매도하는 동안 하나금융과 KB금융을 각각 1717억원어치와 1156억원어치 매수했다. 26일 '사자'로 돌아선 이후에도 하나금융 KB금융 우리금융 등이 순매수 타깃이 되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앞으로 주도주의 점진적 교체로 시장의 색깔이 조금씩 바뀔 것"이라며 "자동차가 주도주의 축을 이룬 가운데 글로벌 경기사이클의 영향을 많이 받는 화학주를 대신해 삼성전자 등 일부 IT주와 금융주가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