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몇 년 전 지인을 통해 TED를 알게 된 후 필자는 TED의 매력에 푹 빠졌다. TED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세계적인 비영리 지식 콘퍼런스다. TED는 Technology,Entertainment,Design의 앞글자를 모은 것이다. 'TEDx○○' 형태로 지역별로 독자적인 콘퍼런스를 열기도 한다. 모든 강연을 예외 없이 18분 안에 끝내야 하는 철칙이 있어 '18분의 마법'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그 중에서도 스웨덴의 공중보건의이자 통계학자인 한스 로슬링의 강연은 단박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화려한 버블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통계를 보여주면서 스포츠 캐스터처럼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모습에 반했다. '갭 마인더'라고 불리는 이 통계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도 로슬링이 직접 개발했다고 한다. '어렵게만 여겨졌던 통계도 이렇게 하면 대중들에게 쉽고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슬링 교수는 TED에서 가장 많이 추천을 받은 연사였다. 빌 게이츠도 극찬을 했다고 한다. 기회가 닿아 지난 21일 '공생공감(共生共感)'을 주제로 열린 TEDx부산 행사에 연사로 참여했다. 18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통계라는 어려운 주제를 쉽게 그리고 강렬하게 눈에 안 보이는 일반 대중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크게 부담이 되었다. 특정한 대상을 두고 필자가 대학에서 해왔던 강의와는 많이 달랐다. 미국 TED의 공간을 유사하게 재현한 무대에 서보니 어려움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웹의 발달 단계를 숫자로 표시하는 것에 착안해 통계의 역사를 3단계로 구분하면서 강연을 풀어나갔다. 통계학이라는 근대적 의미의 학문은 역사가 200년이 조금 넘었지만 통계 그 자체는 훨씬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 해왔다. 통계가 과세와 징집의 수단으로 활용되던 시대는 '통계 1.0' 시대로,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물질적 생산능력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생산량 측정을 위해 통계가 발전한 시대를 '통계 2.0' 시대로 정의했다. 성장의 시대인 '통계 2.0' 시대의 대표적인 통계지표는 국내총생산(GDP)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할 통계 3.0 시대에는 통계가 국민의 총 행복을 측정하고 증진시키는 도구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요지로 강연을 마쳤다. 강연이 끝나고 청중의 입장에서 다음 연사들의 강연을 들었다. 신나는 일터를 만들어 회사를 7년 만에 200배로 성장시킨 여행사 대표와 게임과 현실의 접목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재미있는 사례와 함께 소개한 게임개발자의 이야기는 흥미롭고도 유익했다. 흔히들 TED를 '지식과 영감의 향연'이라고 부른다. TED가 뜻하는 기술과 오락 디자인은 모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동력이다. TED에 대한 지식과 영감을 통해 날로 향상되는 국민의 총 행복을 통계로 보여줄 수 있는 '통계 3.0시대'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인실 < 통계청장 insill723@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