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휘경동에 4층짜리 노후 건물(대지 356㎡)을 가지고 있는 A씨(70)는 최근 기존 건물을 헐고 6층짜리 도시형 생활주택을 신축했다. 그는 안정적인 노후생활 자금 확보에는 도시형 생활주택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경희대와 한국외국어대가 가까워 임대 수요가 풍부한 까닭이다. 신축한 도시형 생활주택은 원룸형 28가구다. 작년 11월 착공해 6개월 만인 이달 완공했다. 현재 가구당 보증금 1000만원,월세 60만원에 세입자를 들이고 있다. A씨는 5년 이내에 건축비를 다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축비는 9억5000만원,연간 예상 임대수입은 2억원(월 1700만원 선) 전후다.

◆임대형이 57% 차지

도시형 생활주택을 분양받는 대신 직접 짓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인 · 허가를 받은 도시형 생활주택의 57%가 임대형이다. 건설사나 부동산개발회사가 분양을 위해 지은 도시형 생활주택보다 지주가 월세 수입을 겨냥해 지은 도시형 생활주택이 더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29일 "일본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도 주인이 자기 땅에 건물을 짓는 게 일반적인 임대주택 공급 방식"이라며 "부동산으로 시세 차익을 내기가 어려워지고 1~2인 가구가 늘어나자 지주들이 선진국처럼 수익형으로 보유 부동산을 바꿔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형이 분양형보다 나은 점은 건축 원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이다. 분양형은 시행사의 이익이 분양가에 포함되는 탓에 비쌀 수밖에 없다.

또 주차장 부족,유지 · 보수 소홀 등으로 인한 슬럼화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선진국 사례를 보면 임대주택의 성패는 건물 완공 이후의 임대관리에서 결정된다"며 "분양형의 경우 개발업체가 분양을 완료한 뒤 떠나버리면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환경도 상대적으로 쾌적하다. 임대형은 주로 주택가(2종 일반주거지역 또는 3종 일반주거지역)에 20~30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분양형은 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에 50가구 이상으로 건축하는 게 일반적이다.

공급 과잉 상황까지 고려해야

소형주택업계에 따르면 임대형 도시형 생활주택을 짓는 이들 중에는 직장에서 물러난 고령자가 많다. 임대수익을 통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받으려는 이들이다. 서울 시내 도시형 생활주택의 평균적인 임대료는 전용 15~16㎡ 기준으로 월 50만~60만원 선이다. 자기 땅에다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으면 연 25% 안팎,땅을 매입해서 건축하면 연 6~8%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수익률이 앞으로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2000년대 초반 다세대주택의 주차장 요건을 강화(가구당 1대)한 여파가 지속되면서 지금은 소형주택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2009년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주차장 요건을 가구당 0.2~0.5대로 완화한 이후 소형주택 공급이 빠르게 늘고 있어 몇 년 안에 공급 과잉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 과잉 상태에서도 공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주택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참신한 디자인을 적용해 외관을 차별화하거나 남다른 유지 ·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임차인들이 우선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형주택 개발 전문인 수목건축의 서용식 사장은 "주인 가구의 거주가 가능해지고 칸막이를 둘 수 있는 등 규제 완화에 따라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이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며 "방의 크기를 다양화하는 등 공급 과잉 상태까지 염두에 두고 집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본에선 세입자 모집이 80% 이상 온라인에서 이뤄진다"며 "브랜드 파워를 가진 임대관리 회사에 세입자 모집,유지 · 보수 등 임대 관리를 위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