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후보자 신분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6월1일부터 후보자 꼬리를 떼고 장관직을 수행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30일 박 장관에 대한 임명 동의 보고서를 야당 불참 속에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내정자의 첫 데뷔는 6월1일 예정된 경제정책조정회의.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박 장관이 좌장을 맡아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자동차부품 경쟁력 강화방안'보고가 안건으로 예정돼 있지만 최근의 경기 동향과 물가,거시지표 등에 대한 폭넓은 논의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박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물가안정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한 만큼 물가를 잡기 위한 심도 있는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내정자는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1 대 1 과외를 받으며 물가 정책 대안을 집중 고민했다. 청문회에서 나온 '시간대별 차별요금제'는 그중 하나의 결과물이다.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는 좀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될 것으로 보이는데,'박재완표 물가잡기 묘안'으로 뭐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같은 날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이 발표된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3월 4.7%까지 오르며 급등세를 이어가다 4월에 약간 주춤했다. 연초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농산물 가격이 봄철 출하 시즌을 맞아 다소 안정세를 되찾은 덕분이다. 5월에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가 4%대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치(2~4%)를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물가 쇼크가 한 차례 더 닥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에 앞서 31일에는 경기동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4월 산업활동 동향'과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나온다. 4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는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선행지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6개월 뒤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전년 동월비)는 작년 12월과 올 1월 반짝 상승한 뒤 2월부터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4월에도 3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졌다면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경기논쟁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BSI는 4월에 100에 근접해 지난해 8월이후 가장 높았다. 기업들의 현장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나쁘게 보는 기업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최근 BSI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수출 위주 제조업체들의 실적 호조가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비제조업 업황은 좀체 개선될 기미가 없어 양극화 우려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단기외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치본드(국내 발행 외화표시채권)' 규제 방안도 이번 주 발표된다. 금융감독원과 한은은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에 대한 공동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6월1일 발표한다. 외화로 발행되는 김치본드가 원화 용도로 전용되는 과정에서 단기외채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는 게 외환 당국의 시각인 만큼 발행 요건이 엄격히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사모 형태는 물론 공모 방식의 발행도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종태 경제부 차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