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게임이론'으로 본 원화 환율과 外資 유출입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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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달러강세 전환 초미 관심
대부분 국가 부담…지속여부 의문
대부분 국가 부담…지속여부 의문
최근 들어 미국 달러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금융위기 이후 추세적으로 약세를 보여 왔던 달러 가치가 강세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정 경제현상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시각과 이에 따른 결과를 잘 설명하는 '게임이론'을 보면 모두가 바라는 '포지티브 게임',한 참여자는 바라지만 다른 참가자는 바라지 않는 '제로섬 게임',모두가 바라지 않는 결과를 낳는 '네거티브 게임'으로 분류된다.
경제 현상은 대부분 양면성을 갖고 있다. 게임이론으로 특정 경제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장참여자들이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가 전제돼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달러 강세도 각국이 당면한 경제현안과 거시경제정책상 우선순위 관점에서 득실을 따져 현재 신흥국을 중심으로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지속여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연방부채가 법정한도에 도달함에 따라 재정지출을 삭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국제 원자재 가격 변화에 따른 영향을 덜 받는 국가다. 금리 변경의 잣대가 되는 핵심 소비자물가도 안정돼 있다. 대신 오바마 정부는 태생적 한계인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기를 계속 부양해 나가야 한다.
이 때문에 통화나 대외정책 면에서 부양여지가 크게 줄어든 재정정책을 보완해 나가야 이런 과제를 달성할 수 있다. 특히 2차 양적완화(QEⅡ) 종료 시한을 앞두고 통화정책 입지도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오바마 정부로서는 출범 초부터 은밀하게 추진해온 달러 약세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현 시점에서 달러 강세는 경기에 부담이 되고 달러 캐리 자금의 미국 내 환류로 출구전략을 앞당겨 궁극적으로 오바마 대통령 재선에 악영향을 줄 소지가 다분하다.
또다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은 당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재원(자금) 확충이 최우선 과제다. 요즘처럼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 경기 면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J-커브 효과'에 의해 단기적으로는 상품수지가 악화되는 데다 인과관계 검증결과를 보면 수출과 경기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이 경과해야 한다.
오히려 지금처럼 유로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유로화 약세는 유로 캐리 자금의 이탈을 촉진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재원(자금)사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유럽 통합에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줘 재정위기를 해결하는 데 가장 절실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신뢰를 얻는 데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동일본 대지진 사태 등의 과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재정(자금)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재정이나 통화정책 면에서 여지가 거의 없는 일본으로서는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국민,그 중에서도 부유층이다. 거센 정책 저항에도 부유층을 대상으로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2차대전 이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재정(자금)사정은 엔화 약세까지 겹칠 경우 엔 캐리 자금 이탈 등으로 더 악화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수출과 경기 부양 효과는 미국 수출비중이 낮아졌고 달러 강세로 엔화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국 통화도 동일하게 약세를 보이기 때문에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당면한 올해 최우선과제는 물가 안정이다. 통계기법상 요인분석을 통해 신흥국 인플레이션 성격을 뜯어보면 수요견인보다 공급 면에서 비용 상승이 제공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 이 때문에 신흥국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한편으로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고,다른 한편으로 자국통화를 절상시켜야 한다.
사정은 우리도 비슷하다. 현 정부의 거시정책 우선순위도 물가안정과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상위보다 중 · 하위 계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화가치 약세보다 강세가 낫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원 · 달러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보이는 외환당국의 태도를 보면 이런 의도를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이제 우리 수출도 환율에 의존하는 천수답 구조에서 벗어난 상태다. 정책당국자의 우려와 달리 원화가치가 절상되더라도 수출과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크게 줄어들었다. 2009년 3월 달러당 1600원을 기록한 이후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줄지 않고 상품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 이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현 시점에서 달러 강세는 당사국인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들이 바라지 않는 현상이다. 참가자들이 싫어하는 게임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다. 국내 증시에서 '달러 강세-원화 약세'의 이유를 들어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비관론이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특정 경제현상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시각과 이에 따른 결과를 잘 설명하는 '게임이론'을 보면 모두가 바라는 '포지티브 게임',한 참여자는 바라지만 다른 참가자는 바라지 않는 '제로섬 게임',모두가 바라지 않는 결과를 낳는 '네거티브 게임'으로 분류된다.
경제 현상은 대부분 양면성을 갖고 있다. 게임이론으로 특정 경제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장참여자들이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가 전제돼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달러 강세도 각국이 당면한 경제현안과 거시경제정책상 우선순위 관점에서 득실을 따져 현재 신흥국을 중심으로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지속여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연방부채가 법정한도에 도달함에 따라 재정지출을 삭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국제 원자재 가격 변화에 따른 영향을 덜 받는 국가다. 금리 변경의 잣대가 되는 핵심 소비자물가도 안정돼 있다. 대신 오바마 정부는 태생적 한계인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기를 계속 부양해 나가야 한다.
이 때문에 통화나 대외정책 면에서 부양여지가 크게 줄어든 재정정책을 보완해 나가야 이런 과제를 달성할 수 있다. 특히 2차 양적완화(QEⅡ) 종료 시한을 앞두고 통화정책 입지도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오바마 정부로서는 출범 초부터 은밀하게 추진해온 달러 약세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현 시점에서 달러 강세는 경기에 부담이 되고 달러 캐리 자금의 미국 내 환류로 출구전략을 앞당겨 궁극적으로 오바마 대통령 재선에 악영향을 줄 소지가 다분하다.
또다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은 당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재원(자금) 확충이 최우선 과제다. 요즘처럼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 경기 면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J-커브 효과'에 의해 단기적으로는 상품수지가 악화되는 데다 인과관계 검증결과를 보면 수출과 경기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이 경과해야 한다.
오히려 지금처럼 유로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유로화 약세는 유로 캐리 자금의 이탈을 촉진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재원(자금)사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유럽 통합에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줘 재정위기를 해결하는 데 가장 절실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신뢰를 얻는 데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동일본 대지진 사태 등의 과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재정(자금)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재정이나 통화정책 면에서 여지가 거의 없는 일본으로서는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국민,그 중에서도 부유층이다. 거센 정책 저항에도 부유층을 대상으로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2차대전 이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재정(자금)사정은 엔화 약세까지 겹칠 경우 엔 캐리 자금 이탈 등으로 더 악화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수출과 경기 부양 효과는 미국 수출비중이 낮아졌고 달러 강세로 엔화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국 통화도 동일하게 약세를 보이기 때문에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당면한 올해 최우선과제는 물가 안정이다. 통계기법상 요인분석을 통해 신흥국 인플레이션 성격을 뜯어보면 수요견인보다 공급 면에서 비용 상승이 제공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 이 때문에 신흥국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한편으로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고,다른 한편으로 자국통화를 절상시켜야 한다.
사정은 우리도 비슷하다. 현 정부의 거시정책 우선순위도 물가안정과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상위보다 중 · 하위 계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화가치 약세보다 강세가 낫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원 · 달러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보이는 외환당국의 태도를 보면 이런 의도를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이제 우리 수출도 환율에 의존하는 천수답 구조에서 벗어난 상태다. 정책당국자의 우려와 달리 원화가치가 절상되더라도 수출과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크게 줄어들었다. 2009년 3월 달러당 1600원을 기록한 이후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줄지 않고 상품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 이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현 시점에서 달러 강세는 당사국인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들이 바라지 않는 현상이다. 참가자들이 싫어하는 게임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다. 국내 증시에서 '달러 강세-원화 약세'의 이유를 들어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비관론이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