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월가와 함께 세계 2대 금융허브로 꼽히는 영국의 런던 시티지역.지난 27일 이곳에서 가장 높은 타워42 빌딩 41층에 입주해 있는 대우증권 런던법인을 찾았다. 김홍욱 법인장(45)은 "최근 몇 년 새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투자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법인장은 "한류 ·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박지성 등이 변화의 핵"이라고 나름대로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빨리 빨리~' 문화도 최근엔 '한국식 스피드'로 재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법인장은 올해 초 사무실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한국과 영국의 기업 문화를 비교 체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가구업체 퍼시스에 사무용 가구 일체를 주문했는데,퍼시스 측은 직원 2명을 파견해 닷새 만에 공사를 깔끔하게 마무리지었다"고 소개했다. 그렇지만 사무용 벽장 인테리어를 맡은 영국 업체는 약속한 공기를 넘겨 무려 4개월 만에 공사를 마쳤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뒤 퍼시스를 소개해 달라는 문의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김 법인장은 전했다.

런던 지하철을 탈 때마다 '정보기술(IT)코리아'를 떠올린다는 교포들도 많다. 런던 지하철 안에선 핸드폰 이용자를 구경할 수 없었는데,그 이유는 간단하다.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탓이다. 가끔씩 TV를 통해 한국의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이 뻥뻥 터지는 드라마나 뉴스를 보여줄 때면 영국인들이 매우 부러워한다는 게 교포들의 얘기다. 반대로 영국의 IT환경은 한참 뒤처져 있다. 김 법인장이 4년 전 런던에 부임했을 당시 신청한 인터넷은 개통하는 데 4주나 걸렸다. 그의 부인은 고국에 있는 가족 · 친지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지 못해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고 한다.

런던은 10년이 지나 다시 찾을 때도 "변한 것은 거울 앞에 선 자신뿐"이라고 한탄하게 만든다는 속설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변화가 늦다는 얘기일 것이다. 과거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근성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던 영국인들이 이제 '스피디'한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한국식 스피드'를 문화로 전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준혁 런던/중기과학부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