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운명적 연인 현빈과 하지원이 숙적으로 재회했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맥주 라이벌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의 간단 CF 모델로 나서 치열한 대리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 새 급격히 올라간 기온에 조금만 걸어도 땀이 죽 흐른다. 차갑게 식힌 맥주 한 캔이 생각나는 계절, 여름이다.
'시크릿가든' 현빈·하지원, 연인에서 숙적으로…하이트·OB맥주 대리전
올 여름도 무더울 것이란 기상청의 예고에 맥주는 지난해 여름보다 1~2% 잘 팔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하이트맥주에게는 '간담이 서늘한' 여름이 될 지도 모른다. 맥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오비맥주가 시장점유율을 맹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의 광고모델은 올 초 인기를 끈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두 주인공 현빈(하이트맥주)과 하지원(오비맥주)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맥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주류산업협회가 집계한 지난 1분기 하이트맥주의 국내 시장점유율(수출 제외)은 53.4%, 오비맥주는 46.6%다.

수출, 면세 물량을 포함한 출고량을 보면 격차는 더욱 줄어든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 1분기 하이트맥주의 출고점유율은 50.9%로 전년 동기 대비 2.8% 떨어진 반면 오비맥주는 49.1%로 올라온 것으로 파악된다. 불과 1.8% 차이다.
'시크릿가든' 현빈·하지원, 연인에서 숙적으로…하이트·OB맥주 대리전


개별 브랜드에서는 이미 역전이 일어났다. 오비맥주의 카스후레쉬는 지난 1월 한달 간 시장점유율이 40.6%를 기록, 하이트(39.9)를 앞질렀다. 1분기 전체로 볼 때는 하이트의 브랜드별 시장점유율이 40.9%로 카스후레쉬(39.6%)보다 조금 높지만 충분히 순위가 뒤집일 수 있는 수준이다.

오비맥주는 시장점유율 확대에 고무된 분위기다. 오비맥주는 "카스와 OB브랜드를 중심으로 여름 시장에서 맥주업계 1위 탈환의 발판을 다지겠다"고 밝혀 여름 맥주 대전을 예고했다. 오비맥주는 여름 성수기를 대비해 120억원을 투입, 광주공장에 하루 100만캔, 연간 3억캔을 생산할 수 있는 캔 맥주라인을 증설했다.

반면 하이트맥주는 "여름 맞이 판촉 행사 등과 관련해 아직 뚜렷한 계획이 없다"며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대비적인 모습 때문인지 여름 성수기가 다가오는데도 하이트맥주의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7일 하이트맥주의 주가는 전날보다 1.79% 빠진 11만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약 30% 미끄러졌다.

유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장점유율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선호도가 뒤바뀔 정도로 강한 마케팅 전략이 나와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오는 9월 계열사인 진로와 합병되기 전까지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