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현장속으로] 日서 돈 대고 기술 배워가는 구로밸리 기업
서울 구로디지털밸리 수출의 다리 옆에 있는 씨앤엠로보틱스(대표 주상완)에는 일본인 기술자들이 자주 찾아온다. 이곳에서 한국기업으로부터 첨단기술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5월 다카기 야스히로 씨 등 8명이 찾아와 각각 10일 동안 머물며 기술을 익혔다. 이들은 씨앤엠로보틱스와 일본 기업 간 합작회사에 소속된 인력들이다.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과 한국 기업 간 합작은 일본이 첨단기술과 자본을 대고 한국은 자본과 인력을 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국의 중소기업인 씨앤엠로보틱스가 첨단기술을 대고 일본 기업이 자본과 인력을 대는 합작법인이 최근 탄생했고,이 합작법인 소속 임직원들이 구로디지털밸리에 찾아와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씨앤엠로보틱스와 일본 NPM(닛폰 펄스모터 · 대표 하시다테 히로유키)은 지난 3월 도쿄에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씨앤엠로보틱스가 센터링머신을 비롯한 자동압입시스템 기술을 제공하고 일본 NPM은 자본과 인력을 대는 조건으로 합작법인 NCM을 설립한 것이다. NCM은 양사의 이니셜을 합친 것이다. 자본금 5000만엔으로 지분은 50 대 50이다. 씨앤엠로보틱스는 기술을 대는 대가로 50%의 지분을 인정받았다.

합작사는 우선 씨앤엠로보틱스의 정밀압입시스템을 일본 내에서 판매한다. 센터링머신(centering machine)과 서보 프레스(servo press),인텔리전트 모니터링 시스템(intelligent monitoring system) 등이다. 이들 장비는 베어링과 같은 정밀기계부품을 구멍속으로 정확히 조립하는 장비다. 이 과정에서 센터링 머신은 구멍의 중심을 정확히 찾아준다. 서보 프레스는 부드럽게 베어링 등을 구멍 속에 밀어 넣는 장비다. 인텔리전트 모니터링 시스템은 그 과정을 실시간 데이터로 처리해 품질관리를 해주고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해준다. 언제,어떤 조건에서,어떤 힘을 가해 조립됐는지를 보여주는 장비다.

씨앤엠로보틱스는 일종의 로봇장비인 이 장비를 2000년부터 개발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국내업체를 비롯해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야마하 히타치 등에 납품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일본 기업에 대한 판매를 합작사인 NCM이 총괄하게 된다. 지난달 한국을 찾아 교육을 받은 다카기씨가 바로 NCM 사장이다. 기술영업과 지원을 위해선 제품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원들과 함께 내한해 기술을 배운 것이다.

주상완 사장(52)은 "우선 제품판매에 주력한 뒤 일본 내에서 만드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합작사를 통해 일본에서 직접 제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주 사장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구미의 금오공고에 진학한 뒤 전국기능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기능인 출신이다. 그 후 충남대를 나와 ROTC로 5년간 군복무를 마친 뒤 서울에서 중등교사로 근무하던 중에 1989년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선발돼 오사카대에서 기계공학 석 ·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사카대 정규 교원으로 임명돼 5년간 강의와 연구에 몰입했으나 뜻한 바가 있어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귀국해 중소제조업을 시작했다.

합작 파트너인 NPM은 1952년에 창업한 중견제조업체로 창업자 2세인 하시다테 히로유키 사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소형정밀모터 컨트롤러 전자부품 자동화기기 등을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 제조하는 업체로 종업원은 300여명이다.

반면 2000년에 출범한 씨앤엠로보틱스는 종업원이 18명으로 NPM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국내외 지식재산권이 약 30건에 이르는 강소기업이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