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날개나 곤충 등껍질 등 동식물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색깔을 이용해 위조가 불가능한 화폐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권성훈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사진) 연구팀은 광인쇄 기술과 미세 유체 기술을 활용해 나비 날개,딱정벌레 등껍질,전복 껍데기 등 여러 동식물의 외피를 싸고 있는 구조색(構造色)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발표했다.

나비 날개 색깔 같은 동식물의 구조색은 표면에 존재하는 나노미터(nm · 10억분의 1m) 크기의 미세 구조물에 의해 빛이 회절 또는 굴절하면서 생성되기 때문에 금속 색감과 함께 고유의 반사율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염료로는 이 색깔을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연구진은 구조색의 이런 특징을 활용하면 위조나 복제가 어려운 화폐를 만들 수 있고 다양한 보안 인증기술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나노입자용액(일종의 특수 잉크)을 구성하는 수많은 입자 안에 150㎚ 크기의 산화철 알갱이를 인위적으로 배열하는 방식으로 구조색을 재현해냈다. 권 교수는 "산화철은 자성을 띠고 있어 자석을 근처에 갖다 대면 원하는 숫자나 글자의 패턴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전 세계 연구자들이 구조색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지만 나노미터 크기의 구조물을 정확한 크기로 만들기 어려운 기술적 한계뿐 아니라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단점이 있었다. 권 교수는 "자성나노입자용액과 미세 유체 기술을 활용한 방법은 기존의 구조색 제작 기술과 비교해 간편할 뿐더러 비용도 적게 들어가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융합 과학 분야 학술지인 스몰(Small)에 이번달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