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Money & Investing 전국 로드쇼' 행사장에서 정학진 씨(41)를 만났다. 그는 "잠깐 시간을 내서 왔다"며 재무상담에 관심이 많지만 바쁘다며 명함만 주고 현장을 떠났다. 다행히 근무하는 회사가 필자가 일하는 사무실과 가까운 거리라 1주일쯤 지나서 그가 사무실을 방문하면서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됐다.

정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부장으로 배우자(37) 아들(13)과 함께 생활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통상적으로 상담을 하는 고객들에 비하면 나이도 젊은 편이다. 재무적 여유가 넉넉하진 않지만 머지않아 아버지 재산을 증여받을 계획이 있어 이에 대한 상담을 요청했다. 우선 아버지 재산을 증여받을 경우 예상되는 세금과 현재 소득을 이용해 목돈을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뒀고 기본적인 재무설계까지 병행해서 상담을 진행했다.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

먼저 정씨의 자산 현황과 현금 흐름을 파악했다. 대부분의 중산층이 그렇듯 정씨도 부동산에 자산이 집중돼 있었다.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달한다. 예 · 적금 20%,보험 5% 등 금융자산은 25%에 불과하다. 부동산 중 일부는 일정 임대소득을 창출하는 자산이라는 점과 특별한 목적이 없이 수입의 70% 가까운 돈을 적금에 불입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의 월급은 350만원으로 많지는 않지만 임대소득으로 매달 145만원이 들어와 한 달 수입이 500만원가량 된다. 임대소득은 안정적이고 지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지출에서는 금융자산에 상당 부분을 투자하고 있지만 적금에 쏠림이 심한 편이었다.

◆금융상품 포트폴리오 재조정

정씨와 상담을 통해 △소득공제 상품을 활용한 세후 소득 증대 △소득 상실에 대비한 보장자산 증액 △재무목표에 맞는 상품 선택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먼저 정씨는 단기 및 장기 재무목표에 맞는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바람직하다. 기간에 따라 재무목표가 다를 수밖에 없고 각 목표에 맞는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또 소득공제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연금저축에 가입하면 연간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소득 중단의 리스크에 대비해 보장성보험에 추가로 가입할 것을 권한다.

이는 가장의 유고 때도 가족이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장자산 준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인생 전반에 걸친 재무목표와 시기 설정

정씨의 주요 재무목표는 생활비 자녀교육자금 자녀결혼자금 노후생활자금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정씨는 향후 부친으로부터 부동산 증여나 상속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자산 이전에 대한 세금납부 재원 마련을 위한 목돈 마련 및 부동산 투자를 위한 종잣돈 마련이라는 재무목표를 추가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는 각 재무목표가 필요한 시기를 예측해 현재의 투자 패턴으로 시기별 자금 마련 정도를 예상하고 재무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달성 시기별로 1년에서 5년 사이에 필요한 자금은 단기목표,10년 이후 필요한 자금은 중기,20년 이후 필요한 자금은 장기목표로 구별한다. 나이에 따라 기간을 잡는 것은 다르게 할 수 있다. 단기목표는 주로 생활자금,보장성보험,긴급대비자금이고 중기목표는 자녀교육자금이 대부분이다. 장기목표는 노후생활자금 및 자녀 결혼자금으로 구분한다.

◆소득공제 상품 적극 활용해야

정씨는 비교적 젊은 나이여서 연금저축상품에 가입하지 않았다. 향후 소득 증가와 함께 소득세도 늘어날 것이고 소득공제 효과가 가장 큰 연금저축에 월 35만원(연간 400만원 이내)을 불입하는 게 좋다. 은퇴시기까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 가입하면 소득공제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종신보험을 활용해 여러 가지 재무목표 달성도 추구해야 한다. 그는 30대 후반으로 주부인 배우자와 아들을 책임지는 가장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장남으로 부모님을 봉양하며 한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의 급여소득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기존에 증여받은 임대소득과 합산해 월 500만원 정도의 소득이 발생한다. 따로 주택을 마련하지 않아도 돼 재무목표에 맞게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할지 막막해하고 있다.

가장의 책임과 노후 대비,상속세 납부재원 마련이라는 1석3조의 효과를 위해 5억원(가장의 사망보험금 기준)의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변액종신보험이 적합하다. 나이가 젊기 때문에 저렴한 보험료로 들 수 있다.

정씨는 집중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시기인 지금부터 유고 때 월 500만원이라는 소득에 대한 보장을 받고 생존시에는 이후 연금전환을 통해 연금으로 수령하든지 아니면 연금전환을 하지 않고 사망보험금을 통해 자녀의 세금 납부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또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를 받을 수 있어 하나의 보험상품으로 3가지 목표를 준비할 수 있다.

◆미리미리 자산 이전을 준비해야

정씨는 부모님의 자산 규모를 확인하고 상속세를 예측해봐야 한다. 증여가 유리한지,상속이 유리한지,증여가 유리하다면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고액자산가의 경우 많은 재산을 한꺼번에 상속하는 것보다는 재산을 미리 증여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 또 현재 부모님의 상속증여에 대한 고민은 미래 자신의 고민이 될 수 있다.

상속 · 증여세는 60,70대에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증여가 10년 단위로 합산 과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빨리 시작할수록 증여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정씨처럼 부모님이 고액자산가인 경우 향후 자신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크기 때문에 똑같은 부담을 자녀도 느끼게 될 것이다. 정씨 역시 젊을 때부터 준비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대비할 수 있다. 정씨는 자산 취득 단계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부모님으로부터 자산을 받았을 때의 가치까지 미리 계산해서 꼼꼼하게 소득세 및 기타 상속 증여세를 줄일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김영남 삼성생명 강남FP센터 FP yn1.kim@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