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은 비용을 아껴서 좋고,우리는 상품을 알려서 좋고…이게 상생이죠."

탤런트 정성모 씨(사진)가 한 · 일 번역 소프트웨어 1000개를 중소기업에 기증해서 화제다. 번역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CLSi가 개발한 제품으로 2년간 8억원어치에 해당되는 규모다. 정씨가 소프트웨어 기증에 나선 건 정씨가 2009년 CLSi의 마케팅 대행 회사를 맡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평소 친분이 있던 박기현 CLSi 대표가 개발후 판로를 못 찾아 어려움을 겪자 그는 "마케팅을 맡겨 달라"며 직접 마케팅 대행사를 세워 경영에 나섰다.

"연구원들이 연구 개발에만 매진하다 보니 마케팅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렵게 개발한 제품이 빛도 못 보게 사장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내가 팔아보겠다고 자청했죠."

그는 산업현장을 돌다 보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수출 시장을 뚫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소기업인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한 · 일 번역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는 곳은 전문 번역 인력을 갖춘 중견기업이 아니라 직원 10~50명가량의 소기업들"이라며 "당장 제품을 파는 것도 좋지만 잠재 고객 기업들에 힘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잠재 고객들이 우리 번역 프로그램을 통해 수출을 성사시키고,회사 사정이 나아지면 다시 우리 제품을 사게 될 겁니다. 더불어 우리는 이번 무료 기증으로 광고 효과까지 얻게 됐습니다. " 이 프로그램을 원하는 중소기업은 다음달 10일까지 관할 지역 지방중소기업청 수출지원센터에 신청하면 2년 유효기간의 ID를 받을 수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최근 일본 지진 이후 한국 중소기업들에 '회사 소개자료를 보내 달라'거나 인콰이어리(수출문의서)를 보내오는 일본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이 소프트웨어는 97~98%의 정확도를 자랑해 비즈니스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업에 매진했던 정씨는 7월 방영되는 MBC드라마 '계백'에서 백제의 명장 '윤충' 역할을 맡아 다시 안방극장을 찾는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