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파리목숨 CEO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투우장에 서는 소에겐 나름의 카렌시아가 있다. 카렌시아란 위협받았을 때 돌아가는 특정한 자리다. 투우가 계속되면 소는 몇 번이고 그쪽으로 간다. 소는 안전한 곳으로 물러난다고 믿지만 실은 점점 더 공격받기 쉬워진다. 우리는 더 이상 익숙한 곳으로 물러날 수 없다. '
칼리 피오리나 전(前) 휴렛 팩커드(HP) 회장은 HP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뒤 이렇게 선포했다.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 그는 CEO 로 일하는 동안 컴팩과의 합병을 마무리하는 등 변화를 주도했지만 이사회와 갈등을 빚으면서 하루아침에 해고됐다.
'회의는 3분도 안돼 끝났다. 충격으로 손이 덜덜 떨렸다. 나는 열심히 일했고 늘 회사 생각만 했다. 그렇게 살다가 갑자기 그 생활이 끝나 버렸다.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앞날을 축복하고 함께 걸어온 길을 돌아볼 기회를 갖고 싶었다. 내게 그런 기회는 없었다. '
이임식도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CEO의 비애다. 그래도 6년(1999~2005)이나 활약했던 피오리나와 달리 국내 상장기업 대표이사(CEO)의 임기는 평균 2년7개월밖에 안된다는 소식이다. 재벌닷컴이 2001년 이전 상장된 992개사를 대상으로 10년간 대표이사 교체 횟수를 조사한 결과 평균 3.7회였다는 것이다.
2.7년은 양반이요,10년 동안 7번 바꾼 기업이 36곳에 1년마다 교체한 곳이 15개사였고 심지어 1년 미만인 곳도 52개사였다는 마당이다. 10% 이상이 1년 반이 안돼 최고경영자를 바꿨다는 얘기다. 파리 목숨이 따로 없는 셈이다.
CEO에 관한 조사 결과는 다양하다. '지난해 말 기준 1000대 상장기업 최고경영자 중 토끼띠는 80명이고 1951년생이 가장 많다'가 있는가 하면 1000대 상장기업 CEO 1248명의 이름과 출생일을 분석한 내용도 나왔다. 성은 이씨(232명),가운데와 마지막 이름 글자는 '영'(80명)과 '호'(63명)가 1위고 겨울(12~2월) 생이 여름(6~8월) 생보다 많고,3월20일생은 12명이나 됐다는 게 그것이다.
모든 봉급쟁이의 꿈인데도 불구, 3년 버티기가 힘들다는 CEO다. 사장 시장은 따로 있다고 하는 만큼 다른 곳에서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유지하긴 어렵다. 사장 한번 돼보려 앞뒤 안재고 맡았다 평생 모은 재산을 날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참으로 힘든 자리인 모양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칼리 피오리나 전(前) 휴렛 팩커드(HP) 회장은 HP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뒤 이렇게 선포했다.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 그는 CEO 로 일하는 동안 컴팩과의 합병을 마무리하는 등 변화를 주도했지만 이사회와 갈등을 빚으면서 하루아침에 해고됐다.
'회의는 3분도 안돼 끝났다. 충격으로 손이 덜덜 떨렸다. 나는 열심히 일했고 늘 회사 생각만 했다. 그렇게 살다가 갑자기 그 생활이 끝나 버렸다.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앞날을 축복하고 함께 걸어온 길을 돌아볼 기회를 갖고 싶었다. 내게 그런 기회는 없었다. '
이임식도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CEO의 비애다. 그래도 6년(1999~2005)이나 활약했던 피오리나와 달리 국내 상장기업 대표이사(CEO)의 임기는 평균 2년7개월밖에 안된다는 소식이다. 재벌닷컴이 2001년 이전 상장된 992개사를 대상으로 10년간 대표이사 교체 횟수를 조사한 결과 평균 3.7회였다는 것이다.
2.7년은 양반이요,10년 동안 7번 바꾼 기업이 36곳에 1년마다 교체한 곳이 15개사였고 심지어 1년 미만인 곳도 52개사였다는 마당이다. 10% 이상이 1년 반이 안돼 최고경영자를 바꿨다는 얘기다. 파리 목숨이 따로 없는 셈이다.
CEO에 관한 조사 결과는 다양하다. '지난해 말 기준 1000대 상장기업 최고경영자 중 토끼띠는 80명이고 1951년생이 가장 많다'가 있는가 하면 1000대 상장기업 CEO 1248명의 이름과 출생일을 분석한 내용도 나왔다. 성은 이씨(232명),가운데와 마지막 이름 글자는 '영'(80명)과 '호'(63명)가 1위고 겨울(12~2월) 생이 여름(6~8월) 생보다 많고,3월20일생은 12명이나 됐다는 게 그것이다.
모든 봉급쟁이의 꿈인데도 불구, 3년 버티기가 힘들다는 CEO다. 사장 시장은 따로 있다고 하는 만큼 다른 곳에서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유지하긴 어렵다. 사장 한번 돼보려 앞뒤 안재고 맡았다 평생 모은 재산을 날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참으로 힘든 자리인 모양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