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폭락] 정부 물량조절 시스템 미비…"재배면적 30% 늘고 소비는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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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란'에 놀라 "봄배추 파종 늘려라"
"겨울배추 아직도 창고에 얼마나 있는지 몰라"
"겨울배추 아직도 창고에 얼마나 있는지 몰라"
"1700원,231번(중도매인)!" "2300원,302번!" "다음!"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가락시장의 최대 배추 경매장인 '대아청과 1매장'.지난 29일 밤 11시 봄배추를 가득 실은 4.5t 트럭 33대와 상인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경매가 시작됐다. 이날 경락가(10㎏ 상품 기준)는 평균 2054원이었다. 작년 이맘때(5750원)보다 64% 떨어졌고,'배추 대란'이 절정에 달했던 작년 9월27일(3만6238원)에 비해선 5.6%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그나마 트럭 6대분은 아예 유찰됐다. 오현석 대아청과 경매사는 "경락가 2000원으로는 산지 작업비와 운임을 제하고 나면 산지유통인에게 남는 게 없다"며 "유통인 사이에 '줄도산'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락가 8개월 만에 20분의 1로 '뚝'
배추값 급등락에 지방 농가와 유통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3월 봄 배추 계약재배에 나섰던 일부 산지유통인은 농가에 대한 잔금 지급마저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가 집계한 배추 10㎏(약 3포기) 상품(上品)의 평균 경락가는 올 1월 1만2668원에서 2월 9749원,3월 9732원,4월 5841원에 이어 이날 2054원으로 떨어졌다. 농협 하나로클럽 서울 양재점은 지난 26일부터 배추 한 포기를 960원에 팔고 있다. 2007년 5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1000원 아래로 내려앉은 것이다. 작년 가을 각 재래시장에 1인당 3포기로 제한된 배추를 사려는 행렬이 늘어서 "북한 배급제냐"는 말까지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업계에서는 배추값이 바닥권에 진입하긴 했지만 당분간 크게 오르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대아청과 관계자는 "다음달엔 장마철을 앞둔 김치수요가 있어 가격이 반짝 상승할 것"이라면서도 "공급물량이 워낙 풍부하다 보니 전년(10㎏당 경락가 4925원)의 절반 수준인 2500원 선으로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급 예측 실패…재배면적만 늘려
올초만 해도 '금값'이었던 배추 가격이 밭을 갈아엎어야 할 정도로 곤두박질친 것은 정부와 산지유통인들의 수급 예측 실패 탓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당초 겨울배추 수확량이 크게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4분기 월동배추 파동에 이어 지난겨울 혹한이 계속됐던 게 이런 판단의 배경이었다.
이 결과 농가와 산지유통인은 봄배추 재배면적을 작년보다 30% 이상 늘렸다. 봄배추 비닐하우스 재배면적은 4832㏊로 평년보다 54% 늘었다. 농협 관계자는 "상당수 농가들이 토마토와 수박 등을 심던 비닐하우스에 배추를 대신 심었다"고 설명했다.
예측은 빗나갔다. 4월 말 이전에 끊길 것으로 예상했던 겨울배추 저장물량이 아직도 출하되고 있다. 중국에서 값싼 김치가 대량 수입된 것도 예측 실패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수요는 감소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전국을 휩쓴 구제역과 일본 원자력발전소 폭발 등의 영향으로 외식 수요 감소와 함께 업소용 배추 소비량도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물량조절 시스템 없어
농림수산식품부가 농가에 대해 봄배추 재배를 늘릴 것을 주문한 것은 겨울배추 저장물량이 크게 부족할 것이라는 산지유통인들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겨울까지 급등했던 배추가격이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산지유통인들이 품질이 나쁜 배추까지 창고에 저장해 놓고서도 이 물량에 대한 정보를 쉬쉬했다는 얘기다.
오현석 경매사는 "배추가격에 따라 중국산을 들여오거나 밭을 갈아엎는 식의 사후적 관리로는 가격 급등락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농식품부 관계자는 "배추 등의 종자가 농가에 어느 정도 팔려나갔는지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물량조절은 물론 정보파악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철수/임현우 기자 kcsoo@hankyung.com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가락시장의 최대 배추 경매장인 '대아청과 1매장'.지난 29일 밤 11시 봄배추를 가득 실은 4.5t 트럭 33대와 상인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경매가 시작됐다. 이날 경락가(10㎏ 상품 기준)는 평균 2054원이었다. 작년 이맘때(5750원)보다 64% 떨어졌고,'배추 대란'이 절정에 달했던 작년 9월27일(3만6238원)에 비해선 5.6%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그나마 트럭 6대분은 아예 유찰됐다. 오현석 대아청과 경매사는 "경락가 2000원으로는 산지 작업비와 운임을 제하고 나면 산지유통인에게 남는 게 없다"며 "유통인 사이에 '줄도산'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락가 8개월 만에 20분의 1로 '뚝'
배추값 급등락에 지방 농가와 유통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3월 봄 배추 계약재배에 나섰던 일부 산지유통인은 농가에 대한 잔금 지급마저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가 집계한 배추 10㎏(약 3포기) 상품(上品)의 평균 경락가는 올 1월 1만2668원에서 2월 9749원,3월 9732원,4월 5841원에 이어 이날 2054원으로 떨어졌다. 농협 하나로클럽 서울 양재점은 지난 26일부터 배추 한 포기를 960원에 팔고 있다. 2007년 5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1000원 아래로 내려앉은 것이다. 작년 가을 각 재래시장에 1인당 3포기로 제한된 배추를 사려는 행렬이 늘어서 "북한 배급제냐"는 말까지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업계에서는 배추값이 바닥권에 진입하긴 했지만 당분간 크게 오르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대아청과 관계자는 "다음달엔 장마철을 앞둔 김치수요가 있어 가격이 반짝 상승할 것"이라면서도 "공급물량이 워낙 풍부하다 보니 전년(10㎏당 경락가 4925원)의 절반 수준인 2500원 선으로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급 예측 실패…재배면적만 늘려
올초만 해도 '금값'이었던 배추 가격이 밭을 갈아엎어야 할 정도로 곤두박질친 것은 정부와 산지유통인들의 수급 예측 실패 탓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당초 겨울배추 수확량이 크게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4분기 월동배추 파동에 이어 지난겨울 혹한이 계속됐던 게 이런 판단의 배경이었다.
이 결과 농가와 산지유통인은 봄배추 재배면적을 작년보다 30% 이상 늘렸다. 봄배추 비닐하우스 재배면적은 4832㏊로 평년보다 54% 늘었다. 농협 관계자는 "상당수 농가들이 토마토와 수박 등을 심던 비닐하우스에 배추를 대신 심었다"고 설명했다.
예측은 빗나갔다. 4월 말 이전에 끊길 것으로 예상했던 겨울배추 저장물량이 아직도 출하되고 있다. 중국에서 값싼 김치가 대량 수입된 것도 예측 실패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수요는 감소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전국을 휩쓴 구제역과 일본 원자력발전소 폭발 등의 영향으로 외식 수요 감소와 함께 업소용 배추 소비량도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물량조절 시스템 없어
농림수산식품부가 농가에 대해 봄배추 재배를 늘릴 것을 주문한 것은 겨울배추 저장물량이 크게 부족할 것이라는 산지유통인들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겨울까지 급등했던 배추가격이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산지유통인들이 품질이 나쁜 배추까지 창고에 저장해 놓고서도 이 물량에 대한 정보를 쉬쉬했다는 얘기다.
오현석 경매사는 "배추가격에 따라 중국산을 들여오거나 밭을 갈아엎는 식의 사후적 관리로는 가격 급등락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농식품부 관계자는 "배추 등의 종자가 농가에 어느 정도 팔려나갔는지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물량조절은 물론 정보파악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철수/임현우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