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안정으로 '널뛰기'를 반복하는 국내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농협 등 공적인 성격을 띤 기관에서 '계약재배' 확대를 통해 수급 완충기능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처럼 배추 등의 가격이 급락할 때는 농협이 계약재배를 통해 확보한 물량의 일부를 창고에 넣거나 폐기하고,작년 가을과 같이 가격이 뛸 때는 확보한 물량을 시장에 풀어 수급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계약재배란 정부가 농협을 통해 산지 농민들과 일정한 조건으로 향후 농산물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은 뒤 재배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산지유통인이 파종이 끝난 밭에서 농작물을 통째로 사고파는 '밭떼기'와 달리 정부가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고,농민들도 농산물 가격폭락 시 최저 생산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은 "미국 캘리포니아는 과일 및 채소 전체 생산량의 30%가량을 협동조합이,나머지 70%는 대형 유통기업이 계약재배하기 때문에 농산물 생산과 유통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이 지난해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한 배추물량은 전체의 8% 선에 불과했다.

김치 생산업체를 배추 수급 완충지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농협 관계자는 "배추는 저장기간이 길지 않지만 배추를 절이거나 김치로 제품화하면 저장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정부가 김치업체에 저장비용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배추 수급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배물량에 대한 정보파악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치업계 관계자는 "농가에 배급된 각종 채소의 종자 물량과 수확 뒤 저장된 물량을 파악하는 것은 수급 안정방안을 찾는 데 꼭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해 농협을 통한 계약재배 물량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올해 15%로 예상되는 계약재배율을 내년 20%,2013년 30%,2014년 40%에 이어 2015년 5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계약재배에 들어가는 비용도 올해 4798억원(정부 3838억원,농협 등 960억원)에서 2015년에는 1조2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수급 불안정을 부추긴 밭떼기가 지배해온 농산물 유통구조에 농협 등 공조직이 본격적으로 들어가 지렛대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승룡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밭떼기 문화가 팽배한 것은 유통인들이 농산물 출하시기에 농민들에게 인력을 제공하고 가격은 농협보다 높게 쳐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농협이 먼저 서비스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보미/김철수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