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2년차 직장인 이모씨(31)는 '한경 Money & Investing 전국 로드쇼'에 참석해 상담을 받고자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너무 답답해서 월차까지 내고 이렇게 찾아왔다"며 "회사 연봉도 높은 편이고 소비도 적게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입사 2년차가 되도록 통장 잔고가 원하는 만큼 늘어나지 않는다"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열심히 일하면서 사는데 정작 손에 쥐고 있는 돈이 얼마 없으니 허탈하기만 하고 세상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이씨의 하소연이었다. 어두운 표정과 땅이 꺼질 듯한 한숨으로 그가 얼마나 이 문제로 고민을 해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씨의 포트폴리오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예상치 못한 지출 대비해야
이씨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의 수입과 지출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가 가져온 최근 1년간 급여명세서를 보니 월 평균 급여는 280만원이었다. 여기에 성과급도 있었다. 그에게 한 달에 생활비를 얼마 정도 쓰는지 물어보니 8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매달 고정적으로 쓰는 생활비만 계산된 것이었다. 매달 쓰지는 않지만 연중 비정기적으로 지출하는 비용까지 합해보니 실제 매월 생활비는 평균 120만원 정도였다.
이렇게 현금흐름을 파악해 보니 그동안 이씨가 적금을 중도에 해지하게 된 이유가 드러났다. 경조사비나 휴가비 등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지출을 고려하지 않고 지출관리를 해 왔기 때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생겨 갑자기 지출이 늘어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적금을 깨서 그 비용들을 충당해 왔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이런 비정기적인 비용지출에 대비해 월 20만원씩을 따로 CMA통장에 모아두기로 했다. 즉 앞으로 매월 사용하게 될 120만원의 생활비 중에서 100만원은 매월 생활비로,20만원은 비정기적인 지출에 사용하기로 했다. ◆미래계획 맞춰 포트폴리오 구성
이씨의 비소비성 지출내역은 은행 정기적금 월 60만원,장기주택마련저축 월 20만원,그리고 연금보험 15만원이 전부였다. 저축과 투자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앞으로의 인생계획을 물어봤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계획은 결혼이었다. 앞으로 3년 안에 결혼할 계획이며 결혼자금으로 최소 5000만원을 모으고 싶다고 한다.
두 번째는 결혼 후 적어도 5년 안에 주택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퇴직연금과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자금이 부족할 것 같아 노후를 위해 지속적으로 저축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이러한 재무목표 달성을 위해 먼저 현재 가지고 있는 금융상품을 효율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가장 짧은 기간 내에 필요한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갖고 있는 장기주택마련저축(2003년 가입,2012년까지 소득공제 가능)을 월 20만원에서 월 62만5000원으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매월 62만5000원씩 불입하게 되면 매년 납입액인 750만원의 40%인 30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또 이씨의 소득구간 세율인 16.5%가 적용돼 연말 정산 시 49만5000원의 환급액도 발생한다.
이를 적금 이자 개념으로 생각해보면 실질 이자률이 연 6.6%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3년 후 마련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은 약 4200만원이었다. 원하는 금액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적립식 펀드를 월 20만원씩 불입할 것을 제안했다.
◆적립식펀드+변액유니버셜보험 활용
결혼 후 5년 이내,즉 앞으로 8년 후의 재무목표인 주택 구입 자금 마련을 위해 매월 40만원을 적립식펀드 2종에 나눠 가입하기를 권했다. 하나는 국내 대형 우량주로 구성된 성장형 펀드,다른 하나는 저평가된 가치주를 중심으로 한 중소형주 펀드를 추천했다. 증시가 강세장으로 접어드는 때에는 상대적으로 대형 우량주들이 먼저 오르고 강세장의 끝에서는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서로 수익률을 보완해주는 효과가 있다.
또 주택자금과 노후 대비자금을 함께 준비하기 위해 변액유니버셜보험을 매월 30만원씩 납입하는 것을 추천했다. 변액유니버셜보험은 보험료의 일부를 다양한 펀드에 투자할 수 있으면서 중간에 자금을 인출해 사용할 수도 있다. 또 노후에 연금으로 전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택자금과 노후자금 목적으로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끝으로 노후자금을 위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연금보험(월15만원)과 함께 연금펀드(월 15만원)를 추가할 것을 권했다. 이씨의 다소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고려함과 동시에 노후까지 20년 이상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후 자금의 일부는 투자를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상담이 끝난 후 이씨는 속이 후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렇게 총체적이면서 구체적인 재무상담을 받아보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실히 알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새내기 때부터 미래 설계 해야
직장 새내기 때부터 미래를 설계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아껴 은행에 저축하는 수준에 그쳐서도 곤란하다. 장기적인 재무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게 소득을 배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재무 목표는 결혼,내집마련,자녀교육,노후준비 등 인생의 주요 전환기에 초점을 맞춰 설정한다. 재무 목표가 정해지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한다. 계획은 실행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는 게 바람직하다. 소비성 지출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직장 초년병이라면 월급의 70% 이상은 무조건 저축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가급적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신용카드는 1~2장 정도로 줄이는 게 좋다. 특히 체크카드는 소득공제율도 신용카드에 비해 높다.
내집마련의 첫단추는 청약통장이다. 매달 2만원 이상 50만원 이내의 돈을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통장에 가입한 지 2년이 지나면 공공주택의 경우 청약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청약통장 납입액은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내집마련 로드맵은 국민임대주택에서 시작해 시프트를 거쳐 보금자리주택에 안착하는 게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주변 시세 이하의 분양가에 공급되는 보금자리 주택은 결혼 3년 이하의 신혼부부에게 제공되는 특별공급분을 노리면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특히 펀드의 경우 채권형이나 혼합형보다 주식형 펀드가 낫다. 리스크는 다소 높지만 긴 투자기간이 위험을 상쇄해주기 때문이다. 노후준비와 세(稅)테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 가입도 필수다. 10년 이상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만 55세부터 5년 이상 연금으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 장기주택마련저축펀드의 소득공제 혜택이 없어지면서 유일하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펀드로 꼽힌다.
김유나 포도재무설계 상담위원 younakim@podof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