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원전을 포기했다. 결국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가 '원전 르네상스'를 죽이는 것일까. "(미국 에너지 전문 사이트 에너지컬렉티브)

독일 집권연정이 2022년까지 독일 내 17기 원전을 전면 폐쇄하기로 합의하면서 세계 원전 산업에 찬바람이 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도 2030년까지 원전 14기를 증설하기로 했던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했다. 일본과 독일은 세계 3위와 5위 원전 보유국이다.

◆단기적으론 원전 시장 위축 불가피

단기적으로 세계 원전 산업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이달 초 "2030년까지 일본 전력 생산량 중 원전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기존 에너지 기본정책을 백지화한다"고 발표했다. 자연스레 2030년까지 추가로 14기의 원전을 건설하려던 계획도'없던 일'이 돼버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국내 판로마저 막히자 일본 최대 원전 기업 도시바는 주력 업종을 원전사업에서 환경사업으로 바꾼다는 고육책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유럽에서도 독일뿐 아니라 스위스가 3기의 신규 원전 프로젝트 승인을 보류했고,2034년까지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달 신규 원전 후보지 선정과 건설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원전 시장 침체까지는 가지 않을 듯

하지만 이번 독일의 '원전 포기' 결정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경제성 측면에서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원전이 여전히 경쟁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원전 기업 아레바는 "독일이 전력난으로 프랑스 원전이 생산한 전력을 수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는 국가도 적지 않다. 크리스 훈 영국 에너지장관은 "후쿠시마 사태와 같은 극단적인 사건이 영국에서 일어나리라고 보지 않는다"며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원전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역시 경제장관이 "조만간 네덜란드 내 두 번째 원전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터키 벨라루스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등과 원전 건설 협정을 맺으며 오히려 후쿠시마 사고를 시장 확대 기회로 삼고 있다. 중국 역시 아직까진 "신규 원전 건설을 일단 보류한다"는 방침이지만 최근 원전 안전 예산을 늘리는 등 신규 원전 건설 재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신재생 산업에는 훈풍

독일 주간 슈피겔은 "원전 의존도가 23%에 이르는 독일이 전격적으로 원전을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재계가 "원전 포기로 인한 전력난이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원전을 포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독일이 경쟁력을 지닌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키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일본 역시 2030년까지 모든 신축 건물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방침을 정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