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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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모집공고를 내면 수백통의 자기소개서가 접수된다. 이것을 보고 있노라면 치열한 취업전쟁을 실감케 하지만 기업을 하는 입장에선 좋은 인재들이 차고 넘치는 것 같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뛰어난 학업성취도와 자질을 갖춘 취업 희망자들 중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선택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필자가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신입이든 경력사원이든 면접볼 때 꼭 체크하는 것이 있다. 창의성,도전정신 등 대부분의 기업이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들로 평가하지만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일에 대한 열정을 가졌는지다.
열정을 가진 사람을 찾는 건 전통주 사업을 시작하기 전,우리 술의 기본원료인 누룩을 현대화하고 체계화하는 바이오 테크놀로지 연구에 몸담았던 연구소 시절 함께 일한 직원 L군 때문이다. 그는 일에 대한 의욕과 열정이 참으로 대단했다. 1주일 내내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프로젝트를 마치기 위해 누룩 냄새가 가득한 연구소 한 구석에 간이 침대까지 갖다 놓고 일에 매진했다.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포기'를 모른 채 묵묵히 연구해 나갔다.
그를 비롯한 초창기 멤버들의 이 같은 끈질긴 노력과 열정 덕택에 회사의 첫 히트상품이 출시될 수 있었다. 개인 생활까지 포기하면서 회사의 발전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직원이 있다는 건 회사 입장에서 축복과도 같다.
그런데 회사의 눈부신 성장 속에 오히려 L군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그는 착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술을 연구하는 자신의 직업을 L군 스스로가 용납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종교적 신념과 직업에 대한 애정이 충돌하면서 그는 일에 대한 열정을 잃어갔다. 급기야 고민과 방황으로 하루하루를 허비하던 L군은 업무성과를 내지 못하게 됐고,자신은 물론 동료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필자는 여러 차례 L군과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를 되돌릴 순 없었다. 회사의 대표상품 탄생에 그가 기여한 것이 너무도 많았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일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린 사람을 잡을 수도 없고,잡아서도 안 되는 게 세상의 이치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었다. 결국 그는 회사를 떠나고 말았다.
업무 능력이나 자질의 부족은 교육이나 경험을 통해 채워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일에 대한 열정은 어떤 것으로 대신 채울 수 없다. 열정은 없던 길을 새로 만들기도 하고 감춰져 있던 지름길을 찾아 나서게도 한다. 그 누구도 모든 게 완벽하게 갖춰진 환경에서 일할 수는 없다. 다만 주어진 환경을 탓하는 대신 자신의 일에 대한 명확한 가치를 인식하고,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정신자세,그것이 곧 열정이다.
배중호 < 국순당 사장 jungho@ksdb.co.kr >
열정을 가진 사람을 찾는 건 전통주 사업을 시작하기 전,우리 술의 기본원료인 누룩을 현대화하고 체계화하는 바이오 테크놀로지 연구에 몸담았던 연구소 시절 함께 일한 직원 L군 때문이다. 그는 일에 대한 의욕과 열정이 참으로 대단했다. 1주일 내내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프로젝트를 마치기 위해 누룩 냄새가 가득한 연구소 한 구석에 간이 침대까지 갖다 놓고 일에 매진했다.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포기'를 모른 채 묵묵히 연구해 나갔다.
그를 비롯한 초창기 멤버들의 이 같은 끈질긴 노력과 열정 덕택에 회사의 첫 히트상품이 출시될 수 있었다. 개인 생활까지 포기하면서 회사의 발전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직원이 있다는 건 회사 입장에서 축복과도 같다.
그런데 회사의 눈부신 성장 속에 오히려 L군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그는 착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술을 연구하는 자신의 직업을 L군 스스로가 용납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종교적 신념과 직업에 대한 애정이 충돌하면서 그는 일에 대한 열정을 잃어갔다. 급기야 고민과 방황으로 하루하루를 허비하던 L군은 업무성과를 내지 못하게 됐고,자신은 물론 동료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필자는 여러 차례 L군과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를 되돌릴 순 없었다. 회사의 대표상품 탄생에 그가 기여한 것이 너무도 많았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일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린 사람을 잡을 수도 없고,잡아서도 안 되는 게 세상의 이치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었다. 결국 그는 회사를 떠나고 말았다.
업무 능력이나 자질의 부족은 교육이나 경험을 통해 채워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일에 대한 열정은 어떤 것으로 대신 채울 수 없다. 열정은 없던 길을 새로 만들기도 하고 감춰져 있던 지름길을 찾아 나서게도 한다. 그 누구도 모든 게 완벽하게 갖춰진 환경에서 일할 수는 없다. 다만 주어진 환경을 탓하는 대신 자신의 일에 대한 명확한 가치를 인식하고,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정신자세,그것이 곧 열정이다.
배중호 < 국순당 사장 jungho@ksd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