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日 정부의 '아마추어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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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일본 지하철 니혼바시(日本橋)역 가판대.퇴근길의 직장인 몇 명이 '겐다이(現代)'라는 주간지의 톱기사 제목을 유심히 살폈다. '도쿄 방사능,발표치의 5배 이상.' 믿거나 말거나 식의 가십성 기사가 대부분인 주간지이지만 이날따라 뒤적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인터넷에서는 직접 발품을 팔며 도쿄 구석구석의 방사능 수치를 쟀다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의 지도가 화제가 됐다. 결론은 일본 정부의 발표치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곧바로 추가자료들이 따라붙었다. 방송 화면에서 '결정적 단서'를 찾아냈다는 사람부터 도쿄전력의 지인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는 네티즌까지 다양한 '제보자'가 줄을 이었다.
주요 언론의 기사만 보더라도 일본 정부의 발표를 곧이 곧대로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7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타격을 입은 후쿠시마 제1원전 부근 대륙붕에서 기준치의 수백배에 달하는 방사선량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방사능 물질이 인근 해역 곳곳에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충격적이지만,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과정은 더욱 놀랍다. 문부과학성 발표는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지난 26일 독자적인 조사 결과를 공개한 뒤 하루 만에 부랴부랴 나온 것이다. 이미 조사는 해 놓고도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에는 도쿄전력이 원전 사고가 터진 뒤 5일간 후쿠시마 제1원전 서쪽 지역에서 측정한 방사선량 자료 일부를 분실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수치를 기록한 종이를 건물 바깥에 놔뒀다가 잃어버렸다는 어이없는 설명이 뒤따랐다. 후쿠시마 원전 1~3호기가 이미 사고 초기에 '멜트다운(핵연료봉이 녹아 내리는 현상)'됐다는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원전 사고가 터지자마자 원자력 전문가들이 멜트다운 가능성을 제기했지만,일본 정부는 부인해 왔다.
최근엔 원자로 외부를 둘러싼 격납용기마저 깨진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정부가 스스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초래한다. '좌파 정부의 아마추어 리더십 탓'이라고 하면 지나친 얘기일까.
안재석 한국경제신문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
인터넷에서는 직접 발품을 팔며 도쿄 구석구석의 방사능 수치를 쟀다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의 지도가 화제가 됐다. 결론은 일본 정부의 발표치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곧바로 추가자료들이 따라붙었다. 방송 화면에서 '결정적 단서'를 찾아냈다는 사람부터 도쿄전력의 지인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는 네티즌까지 다양한 '제보자'가 줄을 이었다.
주요 언론의 기사만 보더라도 일본 정부의 발표를 곧이 곧대로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7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타격을 입은 후쿠시마 제1원전 부근 대륙붕에서 기준치의 수백배에 달하는 방사선량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방사능 물질이 인근 해역 곳곳에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충격적이지만,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과정은 더욱 놀랍다. 문부과학성 발표는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지난 26일 독자적인 조사 결과를 공개한 뒤 하루 만에 부랴부랴 나온 것이다. 이미 조사는 해 놓고도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에는 도쿄전력이 원전 사고가 터진 뒤 5일간 후쿠시마 제1원전 서쪽 지역에서 측정한 방사선량 자료 일부를 분실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수치를 기록한 종이를 건물 바깥에 놔뒀다가 잃어버렸다는 어이없는 설명이 뒤따랐다. 후쿠시마 원전 1~3호기가 이미 사고 초기에 '멜트다운(핵연료봉이 녹아 내리는 현상)'됐다는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원전 사고가 터지자마자 원자력 전문가들이 멜트다운 가능성을 제기했지만,일본 정부는 부인해 왔다.
최근엔 원자로 외부를 둘러싼 격납용기마저 깨진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정부가 스스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초래한다. '좌파 정부의 아마추어 리더십 탓'이라고 하면 지나친 얘기일까.
안재석 한국경제신문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