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전세계와의 인터넷 단절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이 30일 보도했다.

서방 세계의 오염된 문화가 이슬람의 순수성을 파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이 인터넷상에서 서방세계와 이슬람권간의 충돌을 아랍지역에서의 무력 충돌에 견줘 `소프트 전쟁'(soft war)으로 부르며 각별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WSJ는 현지 언론 보도 등을 인용해 현재 이란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OS)인 윈도를 대체할 OS를 곧 출시해 관공서 등을 위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인터넷을 차단하고 자국의 독자적인 인터넷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WSJ는 "이는 이란이 외부세계와 사이버 스페이스를 단절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알리 아가모하마디 이란 경제장관은 "이란의 국가 인터넷은 윤리.도덕적 차원에서 진정한 할랄(halal)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을 정확히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네트워크는 초기에는 기존 인터넷과 병행해 사용한 후 궁극적으로 기존 글로벌 인터넷을 대체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다른 이슬람 국가들도 이를 사용토록 할 예정이라고 아가모하마디 장관은 밝혔다.

이와 관련,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 측은 "이는 기술적인 문제이며 한 나라의 과학적 발전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상세한 설명은 거부했다고 WSJ는 전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의 독자적 인터넷 추진에는 많은 장애가 따를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비록 이란 정부가 유엔 제재로 인해 서방 세계로부터 경제적으로 고립돼 있지만, 음성적이든 우회적이든 이란의 사업가들에게 인터넷은 가장 중요한 해외 사업 수단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인터넷과의 단절은 이란 경제에 또 다른 타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구글과 같은 인기있는 검색엔진에 필적할 독자적 검색엔진 개발을 위한 기술이나 능력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이란이 글로벌 인터넷과 완전히 단절하는 대신, 미얀마, 쿠바, 북한 등과 마찬가지로 이중적 인터넷 구조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 인터넷 망을 우선적으로 보급하되 필요한 곳에는 글로벌 인터넷을 허용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