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 들어 자원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이후 브라질과 호주를 잇따라 방문했다.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터키를 찾았으며,곧이어선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를 돌았다. 지난달 말엔 중국의 동북3성을 방문,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자원부국' 위한 현장 행보

올 초 제시한 '자원부국'이라는 경영 화두를 달성하기 위한 행보다. 최 회장은 지난 2월 호주에선 탄광에 직접 들어갔으며,4월 말 인도네시아를 찾았을 땐 칼리만탄섬의 SK네트웍스 고무농장을 둘러보는 등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SK 관계자는 "이 고무농장은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1시간30분을 날아간 뒤 헬기로 바꿔 타고 밀림 속으로 40분을 가야 겨우 입구에 닿는 오지"라며 "거기서도 작업장까진 자동차로 20분 이상 들어가야만 하는 곳이지만 자원 현장은 꼭 가보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방문이었다"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는 2009년 3월 인도네시아 산림부로부터 칼리만탄섬 남부에서 1만5000㏊(4537만5000평)의 부지를 향후 60년간 개발 및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고,천연고무 플랜테이션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까지 전체 조림면적의 20%를 완성했고,2013년까지 580만그루를 더 심어 본격적으로 천연고무를 생산할 예정이다.

1983년 SK이노베이션(옛 유공)이 인도네시아 카리문 해상광구에서 첫 해외 유전개발 사업을 시작했던 SK그룹으로선 천연고무로 또다시 이곳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셈이다.

◆SK식 자원협력 확산

SK는 핵심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에너지 · 화학 정보통신 건설 등의 기술을 해당 국가에 제공하고,현지 정부로부터 자원 확보에 도움을 받는 'SK식 자원협력'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준공된 페루 LNG(액화천연가스) 공장은 대표적인 사례다.

페루 56광구와 88광구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처리해 수출할 수 있는 연산 440만t 규모의 LNG 생산기지를 확보한 SK는 이를 계기로 향후 페루에서 각종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작년 11월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을 만나 "앞으로도 에너지와 정보통신,플랜트 건설 등에서 SK가 갖고 있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페루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SK네트웍스가 브라질 수테스테에서 진행하고 있는 철광석 투자 프로젝트도 남미지역 '자원협력' 성공사례로 꼽힌다. 회사는 지난해 9월 브라질 최대의 자원그룹인 EBX그룹의 MMX에 7억달러(7500억원)를 투자해 지분 14.6%를 확보하고 매년 900만t의 철광석을 20년 이상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다. SK는 향후 철광석 개발은 물론 철광석 운송을 위한 △항구 · 수송관 · 발전소 건설 △해상운송 △석유 · 석탄 · 가스 개발 △국내외 건설 및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계획이다.

◆해외자원 개발 등에 1조7000억원 투자

SK는 올해 1조7000억원을 해외 자원개발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전체 투자금액 10조5000억원 가운데 국내 투자금액 8조8000억원을 제외한 금액 중 대부분을 해외 자원개발 등에 투자,국부 증대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SK는 1984년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원유를 처음 발견한 뒤 1987년 하루 15만배럴의 원유 생산에 성공하면서 산유국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16개국 27개 광구에서 5억배럴의 원유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 7~8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중장기적으론 현재의 2배 수준인 10억배럴로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탐사광구를 개발 중인 브라질 현지법인 지분을 24억달러(2조6700억원)에 매각하며 광구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원유를 조기에 확보할 것이란 계획을 내놨다. SK 관계자는 "30여년 동안 진행해온 SK의 자원부국 프로젝트는 고(故) 최종현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실천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자원개발은 SK의 미래를 책임질 강력한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