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협력과 의존은 국제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근본적인 변화라고 할 만하다. 지금은 다른 나라와 얼마나 많이 협력하고 기여하는지가 한 나라의 성공뿐 아니라 존속도 좌우할 수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가 국제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했음은 세계 시장이 하나로 연결됐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환경문제,자연재해,천연자원 부족 등 국경을 초월한 사안들은 국가 간 공조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변화와 문제에 대응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상호의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국은 이제 '글로벌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을 더 강화해 가며,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여가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출범 이후 최초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지위가 바뀌었다. 한국은 개발원조위원회(DAC)에 회원국 전원 합의로 24번째 회원국이 됐다. 이처럼 한국은 국제 무대에서 정치,외교,문화 등 각 분야에 걸쳐 영향력 있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국가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글로벌 상호의존' 경향은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필자의 회사도 1853년 인도 콜카타와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런던 홍콩 뭄바이 등에 상장해 지금은 70여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1880년대 한국에 진출해 유럽인보다 더 많은 한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90명이 넘는 한국 인재들이 중국 몽골 등 각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영국계 은행이라지만 이를 구성하는 120개 국적의 인재들이 그야말로 국경을 초월해 '상호의존'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인 셈이다.
오늘날 한국의 경제적인 위상은 해외 시장에 진출한 한국 선도 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직원들의 탁월한 노력과 재능의 결과이다. 이제는 한국을 이끄는 정치인,정책 입안자,비즈니스 리더들이 글로벌 상호의존성을 갖춰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할 때다. 필자는 한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향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고 확신한다.
리차드 힐 < SC제일은행장 Richard.Hill@s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