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담배 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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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과 탕평을 추진했던 정조는 지독한 애연가였다. '화기(火氣)로 한담(寒痰)을 공격하니 가슴에 막혔던 것이 자연히 없어졌고,연기의 진액이 폐장을 윤택하게 하여 밤잠을 안온하게 잘 수 있었다. '이렇게 이상한 확신을 갖고 흡연 장려 책문까지 내린다. '강토의 백성에게 베풀어 혜택을 함께하고 효과를 확산시켜 천지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려 한다. '('홍재전서')
'발가락이 닮았다'의 작가 김동인도 만만치 않다. '우중에 떠오르는 연초 연기는 시인에게 시를 줄 것이며,암중(暗中) 연초는 공상가에게 철리(哲理)를 준다. 식후,용변시,기침(起寢)시의 제일미(第一味)쯤은 상식적이며 거듭 말할 필요도 없다. '시인 오상순은 하루 100개비 이상 피웠다는 게 문인들의 증언이다. 오죽했으면 전매청이 소문을 듣고 매일 10개비들이 '사슴' 담배 10갑씩 보내줬을까. 못말리는 애연가들이다.
담배연기엔 발암물질 60여 종과 유해 화학물질 4000여 종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10억명 가까이가 흡연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코넬대 리처드 클라인 교수는 '담배는 숭고하다'라는 책에서 건강에 해롭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담배에 빠져든다는 주장을 한다. 담배가 부정적 경험,충격,죽음과 협박의 형태를 통해 심리적 만족을 느끼고픈 욕망을 충족시켜 준다는 해석이다. 그는 이를 '어두운 아름다움'이라 불렀다.
아무리 그럴 듯한 이유를 대도 이젠 금연이 대세다. 작년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은 39.6%였다. 10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번듯한 건물은 예외없이 금연이고,길거리 금연도 점차 확대된다. 조선대 건강증진사업지원단 조사에선 간접흡연을 막기 위한 금연구역 법제화에 성인 1211명 중 84.3%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흡연자는 90% 이상이,흡연자도 남자 64.3% 여자 76.2%가 찬성했다.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20명 중 1명뿐이다. 하지만 보건소나 병원의 금연 클리닉 도움을 받으면 성공률이 크게 높아진다고 한다. 금연의 날(31일)을 계기로 이동 금연클리닉 운영,금연보조제 제공 등 여러 지원방안이 나왔다. 연초 결심했다가 잘 안됐다면 다시 시도할 기회다. 그래도 실패하면 마크 트웨인의 다음 말을 되새기며 '될 때까지' 해볼 일이다. "담배 끊는 게 제일 쉽다. 나는 100번도 넘게 끊었다. "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발가락이 닮았다'의 작가 김동인도 만만치 않다. '우중에 떠오르는 연초 연기는 시인에게 시를 줄 것이며,암중(暗中) 연초는 공상가에게 철리(哲理)를 준다. 식후,용변시,기침(起寢)시의 제일미(第一味)쯤은 상식적이며 거듭 말할 필요도 없다. '시인 오상순은 하루 100개비 이상 피웠다는 게 문인들의 증언이다. 오죽했으면 전매청이 소문을 듣고 매일 10개비들이 '사슴' 담배 10갑씩 보내줬을까. 못말리는 애연가들이다.
담배연기엔 발암물질 60여 종과 유해 화학물질 4000여 종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10억명 가까이가 흡연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코넬대 리처드 클라인 교수는 '담배는 숭고하다'라는 책에서 건강에 해롭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담배에 빠져든다는 주장을 한다. 담배가 부정적 경험,충격,죽음과 협박의 형태를 통해 심리적 만족을 느끼고픈 욕망을 충족시켜 준다는 해석이다. 그는 이를 '어두운 아름다움'이라 불렀다.
아무리 그럴 듯한 이유를 대도 이젠 금연이 대세다. 작년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은 39.6%였다. 10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번듯한 건물은 예외없이 금연이고,길거리 금연도 점차 확대된다. 조선대 건강증진사업지원단 조사에선 간접흡연을 막기 위한 금연구역 법제화에 성인 1211명 중 84.3%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흡연자는 90% 이상이,흡연자도 남자 64.3% 여자 76.2%가 찬성했다.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20명 중 1명뿐이다. 하지만 보건소나 병원의 금연 클리닉 도움을 받으면 성공률이 크게 높아진다고 한다. 금연의 날(31일)을 계기로 이동 금연클리닉 운영,금연보조제 제공 등 여러 지원방안이 나왔다. 연초 결심했다가 잘 안됐다면 다시 시도할 기회다. 그래도 실패하면 마크 트웨인의 다음 말을 되새기며 '될 때까지' 해볼 일이다. "담배 끊는 게 제일 쉽다. 나는 100번도 넘게 끊었다. "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