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열풍'이 거세다.

31일 유니버설발레단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열릴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한 프로그램인 '지젤' 티켓은 4월30일 인터넷 예매를 시작한 지 3일 만에 전체의 25%가 팔려나갔고,현재 전석이 매진됐다. 이 축제의 또다른 프로그램인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역시 전체 티켓의 90%가 팔렸다. '대한민국 발레 축제'를 주최한 국립발레단 측은 "4편의 전막 발레를 포함해 발레 축제에 참여하는 총 10편의 발레 프로그램 모두 평균 예매율이 87%를 웃돈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공연됐던 국립발레단의 '코펠리아'와 뉴욕 파슨스댄스컴퍼니의 모던 발레 역시 95% 이상의 유료관객 점유율을 기록하며 발레의 인기를 증명했다. 4월 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국립발레단의 '왕자호동'이 유료관객 점유율 95%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0월 공연 예정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4월 말 티켓을 오픈하자마자 VIP석,R석 등이 날개돋친듯 팔려나가 전체 좌석의 40%가량이 예매 완료됐다.

◆영화 · TV 속 발레…티켓 파워로

발레 열풍의 첫 포문을 연 건 국립발레단이 지난 2월 말 공연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의 '지젤'이었다. 50여년의 발레단 역사상 최초로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한국 발레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여기에 연초 발레를 소재로 한 영화 '블랙스완'이 국내에서 150만 관객을 동원한 덕에 발레에 대한 관심이 확산됐다. '김연아 효과'까지 가세해 발레가 일반 대중들에게도 신선한 예술 장르로 주목받고 있는 현상이 티켓 판매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게 발레계의 분석이다.

프로 무용수들 역시 무대에 국한되지 않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발레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을 시작으로 발레리나,발레리노들이 '1박2일''뜨거운 형제들''출발 드림팀'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다.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지난해 정부에서 초대권을 폐지하라는 방침을 내리면서 관객을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이제 정말 발레가 보고 싶어 극장을 찾는 적극적인 관객들이 늘면서 박수소리가 더 커지고 관객 수준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발레 산업 팽창…일반인 강습도 급증

어린이나 발레 전공자만 찾는 것으로 인식됐던 발레 학원에 일반 성인 수강생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증가하며 발레 산업도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입시반이 아닌 성인 취미반만 운영하는 발레 학원도 신촌,신사동 일대에 크게 늘었고,남성 수강생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아이들과 함께 배우려는 30대 후반의 주부들도 늘고 있다. 국립발레단의 부설 아카데미는 성인반의 경우 2005년 80명,2007년 97명이던 인원이 2010년부터 200여명으로 급증했다. 국립발레단 측은 "희망자가 훨씬 많지만 강습 공간이 많지 않아 더이상 증원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선착순으로 등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10년째 신촌에서 성인 발레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발레조아의 김현우 대표는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 여성이 가장 많지만 30대 후반의 주부들도 많다"며 "남성은 여전히 10명 중 2명 정도로 많지 않지만 꾸준한 편"이라고 밝혔다.

발레 용품 전문 쇼핑몰 업계 1위 '키즈발레'와 'e발레샵'을 운영하는 성미화 대표는 "2003년,2009년에 각각 론칭한 쇼핑몰이 올해 들어 억대 매출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발레'

국내 무용수들도 해외에서 잇단 러브콜을 받으며 활약하고 있다. 국립발레단 김주원은 지난 4월 호주 시드니 타운홀에서 공연했고,김지영은 5월20일부터 5일간 이탈리아 팔레르모 테아트로 마시모에서 초연하는 '신데렐라'공연에 퍼스트 캐스팅의 주역으로 초청됐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대중 매체가 가져온 발레에 대한 관심이 '발레 열풍'의 불씨가 된 것은 맞지만 서울발레시어터,이원국발레단 등 민간 발레단과 무용수 개개인이 지난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가 쌓여 붐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발레 인구가 늘어나고 시장이 커진 만큼 한국 발레를 꾸준히 발전시키려면,레퍼토리가 전수되고 뛰어난 무용수를 사사하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국립 발레학교를 설립해 장기적인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