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전세시장에 '재개발 · 재건축 이주 수요 주의보'가 내려졌다. 상당수 사업장이 올 하반기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이주를 시작하면서 주변 지역에 전세물건 품귀 현상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올 하반기 청실 · 경복 아파트 이주 시작

31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보상 및 이주에 들어가는 관리처분인가 직전 단계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서울 지역 재개발 · 재건축 단지는 70곳 371만1810㎡다. 건립 예정 가구 수만 6만1588가구에 이른다.

강남권에서는 대치동 청실아파트와 논현동 경복아파트가 올 하반기 이주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23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관리처분계획안을 통과시킨 청실아파트는 조만간 강남구청 인가를 받을 예정이다. 관리처분인가로 이주가 시작되면 1446가구의 주민들은 집을 찾아야 한다. 대치동 인근 A공인 대표는 "전셋집을 구하려는 청실아파트 주민들이 늘고 있다"며 "당장 계약을 못하더라도 일찍 알아보려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학군 때문에 대치동에서 떠나기를 꺼리는 주민들이 많다"며 "지난 3월 3억2000만원대였던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115㎡ 전셋값이 3억7000만원대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송파구에선 40만5782㎡에 건립 예정인 8106가구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앞두고 있다. 2008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 종상향을 추진 중인 가락동 가락시영 재건축 단지는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다. 이실자 문정동 미래공인 사장은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나와 주민 이주가 시작되면 가락 · 문정 · 송파동 등 송파구 일대 임대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주춤했던 주변 전셋값도 올여름을 기점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주변 전세물량 선점 움직임

서초구에선 신반포6차,반포우성,신반포5차,서초한양,서초삼호1차 등이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동대문구에서도 대규모로 주택이 헐린다. 답십리 14 · 18구역,청량리 7구역,용두4 · 6구역 등 사업시행인가 면적 36만6848㎡의 재개발 단지에서 이주에 따른 전셋집 수요가 생길 전망이다. 영등포구도 영등포 1-3 · 1-4구역,신길 3 · 5 · 7 · 11구역에서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마무리한 상황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은 통상적으로 사업인가에서 관리처분까지 1년2개월 정도 소요된다"며 "주택시장 장기 침체로 지연되던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이 올해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 이주 수요를 촉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건축 · 재개발 이주 수요에 따라 전세물건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며 "재개발 ·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 전 · 월세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큰 만큼 서울시청과 해당 구청이 정비사업 시기를 조절하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