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등록 대부업체는 2002년 대부업법이 제정된 이후 꾸준히 늘었다. 2002년 371곳에 불과하던 등록 업체는 2003년 3635곳으로 10배가량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엔 6551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최고 금리를 연 49%에서 44%로 낮춘 이후 등록 대부업체 수는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의 등록 대부업체는 5815곳으로 2009년보다 736곳 줄었다. 작년 한 해 등록을 갱신하지 않거나 반납한 곳은 2365곳으로 신규 등록 업체(1794곳)보다 571곳 많았다.

◆서울에서 올 들어 1100여곳 문닫아

지난해부터 줄기 시작한 등록 대부업체는 오는 7월부터 최고 금리를 연 39%로 낮춘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올 들어 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4월 말 서울 소재 등록 대부업체는 5537개로 지난해 말보다 278곳 줄었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연말까지 800곳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등록 대부업체 감소는 지난해 법정 최고 이자율을 연 49%에서 44%로 낮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업계 주변의 얘기다. 최고 이자율 제한 및 당국의 지도 · 감독을 피하기 위해 등록증을 반납하고 '잠수'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등록증을 반납한 대부업체 중 상당수는 영업환경 악화로 폐업하기보다는 미등록 영업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등록이 낫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금리는 연 41.5%(신용대출)다. 대부업협회가 최근 공개한 상위 40개 업체의 대출 원가금리는 연 36.36%였다. 최고 이자율 연 44%로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문제는 서민들의 대출 수요가 많아 최고 이자율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받아도 장사가 잘된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부업체 거래자는 220만7053명으로 지난해 6월보다 31만3518명(16.6%) 늘었다. 2009년 말보다는 53만2616명(31.8%) 증가했다. 총 대출금도 2009년 5조9114억원에서 지난해엔 7조5655억원으로 27.9%(1조6541억원) 늘었다. 돈을 빌리겠다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출이자를 낮추라는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이 대부업자들을 '불법'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불법 대부업자의 금리는 연 200%가 넘는다는 것이 금감원의 분석이다.

◆"연 30%로 금리 제한하면 85% 음성화"

대부업계는 여당이 추진 중인 이자제한법 개정이 대부업 음성화를 더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자제한법 개정안은 모든 대출금리의 상한선을 연 30%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나라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는 6월 국회 통과를 추진 중이다.

합법의 테두리 내에서 영업하려는 대부업체들은 낮아진 이자율에 맞춰 손해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신용위험 부담이 작은 담보대출 위주의 영업을 할 가능성이 크다.

양석승 대부금융협회장은 "대부업 최고 이자율이 연 30%로 인하되면 대부업체를 이용한 고객 중 125만명이 더 이상 돈을 쓰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 중 약 절반인 65만명이 불법 사채로 내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