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엔 905억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국내 업체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놓고 있다. 스위스의 산도스(노바티스 자회사)와 이스라엘의 테바,이탈리아의 론자,인도의 란박시 등 쟁쟁한 글로벌 제네릭(복제의약품) 전문 제약사들이 미국 유럽 시장에서 품목별로 20~50%가량을 선점한 상황이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우수 인재들이 생명공학 분야 학과에 대거 입학한 한국의 저력을 살려 그 장벽을 넘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1990년대에 이 분야에서 별다른 노하우를 쌓지 않는 동안 한국은 바이오벤처붐이 거품에 불과했다는 비아냥을 견뎌내며 높은 수율을 올릴 수 있는 세포 배양,기능성 단백질의 정제 기술 등을 축적해왔다.

세계 최대인 14만ℓ급 생산시설을 구축한 셀트리온은 2002년 직원 10명으로 시작해 8년 만인 지난해 1890억원의 매출을 일궜다. 무려 3500억원을 투입했다. 현재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류머티즘성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올 하반기면 시판허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의 내년 상반기 출시에 맞춰 미국 · 유럽 · 중남미 등 전 세계 40개국에서 현지법인을 설립, 직접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약 고갈시대,바이오시밀러가 뜬다

의약품 시장 분석지인 바이오피닉스 등에 따르면 2세대 바이오시밀러는 2010년 22억달러에서 2015년 143억달러,2020년 905억달러로 연평균 40%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엔 전체 바이오의약품 중 혁신 바이오시밀러 비중이 35%에 근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바이오시밀러가 각광을 받는 것은 화학합성 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상대적으로 뛰어난 게 첫째 이유다.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은 월 300만~2000만원의 약제비가 들어 세계 각국은 의료비 절감 차원에서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신약개발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 비해 신약이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현실적 요인도 크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엔브렐 등 15종의 바이오신약 특허가 줄줄이 만료돼 연간 약 500억달러의 시장이 열리게 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신약에 비해 개발비용은 10분의 1,개발기간은 2분의 1,상용화 성공 확률은 10배 높고,가격은 40~50% 저렴하기 때문에 2020년에 전체 바이오 의약품 시장 중 바이오시밀러가 점유하는 비율이 5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진출로 달궈진 국내 업체 간 경쟁

삼성그룹은 지난해 5월 제약 · 바이오 분야에 2020년까지 2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신수종 전략을 발표하면서 셀트리온이 한참 앞서가고 있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생태계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삼성은 바이오의약품 생산대행사(CMO)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출범시키고 지난 27일 인천 송도에서 공장기공식을 가졌다. 3400억원이 투입되는 이 공장은 2013년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본금 3000억원 중 10%를 미국 바이오 · 제약 서비스업체인 퀸타일즈로부터 투자받아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출구를 개척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11월 자체 개발한 류머티즘성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HD203'을 터키와 브라질에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임상 1상을 통과한 이 제품은 내년 중반기에 임상 3상을 마치고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에 대비, 한화는 지난해 말 충북 오송 생명과학단지에 바이오시밀러 생산 공장(3만6005㎡ 부지)을 착공,내년 1분기 준공할 계획이다.

슈넬생명과학은 이 분야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성남시 상대원동에 130억원을 투자,500ℓ급 바이오시밀러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공사진척도 80% 수준으로 오는 8월 완공될 예정이다. 또 추가로 290억원을 들여 2000ℓ규모 생산시설을 짓기 위해 후보지를 물색 중이다. 6월 말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의 임상 1상 시험 허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순차적으로 허셉틴,아라네스프(조혈촉진제),리툭산 등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 바이오시밀러

biosimilar. 호르몬 기능성단백질 항체 등을 유전자재조합 세포배양 등의 기술을 이용해 만든 바이오 신약의 복제약품이다. 오리지널인 바이오신약과 비교해 효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싸서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 후발업체들은 유사한 구조로 만든 다음 보건당국으로부터 오리지널 제품과의 동등성을 인증받아 바이오시밀러를 시판하게 된다.

정종호/이준혁 기자 rumba@hankyung.com